“대통령 중임제 개헌 필요”… ‘단임 유지’ 응답 1명도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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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년][광복 100년의 미래/오피니언 리더 70명 설문]
분야별 제언<1>정치-외교

‘기로에 선 5년 단임 대통령제.’

한국의 정치체제는 의원내각제를 실시했던 제2공화국(1960년 6월∼1961년 5월) 1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대통령중심제였다. 현재의 5년 단임 대통령제는 민주화 운동의 산물인 ‘1987년 체제’로 28년째 성역처럼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공식 임기만 5년일 뿐 사실상 ‘3년 대통령제’나 다름없다. 초반에는 제왕적이지만 임기 3년을 지나면 곧바로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에 시달리며 국정은 표류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정치, 외교안보 분야의 리더 20명에게 한국의 현실에 적합한 정치체제에 대해 물었다. 이 항목에 응답한 14명 가운데 64.3%인 9명이 대통령 중임제로의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로 바꾸자는 제안은 각각 2명, 1명이었다. 현재의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한 명도 없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현재로서는 대통령의 책임을 묻기도 어렵고 누구도 장기적인 국정 플랜을 수립하지 못한다”며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강조했다. 특히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대통령(5년)과 국회의원(4년)의 선거 주기를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단임제로는 레임덕 때문에 정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도 2012년 11월 대선 후보 당시 국민적 공감대 확보를 전제로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을 공약했다.

의회 다수파 정당이 행정부 구성권을 갖는 내각제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았다.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김광웅 명지전문대 총장은 “현 수준의 정당정치로 내각제가 되면 더 큰 정치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진우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행정부와 입법부 간 갈등으로 인한 국정마비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며 “내각제를 통해 합의의 정치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은 “권력 구조를 바꾸려면 국민적 뜻이 모여야 하는데 개헌은 어렵다”며 “내각제든 이원집정부제든 수단일 뿐 국민을 어떻게 섬길지가 본질”이라고 말했다.

수시로 간판을 바꾸는 ‘떴다방 정당’도 후진적 정치문화의 단적인 사례다. 응답자의 절반인 7명은 ‘100년 정당’을 만들기 위해선 “지역에 기반을 둔 패거리 정치행태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정한 보수나 진보의 가치를 대변할 이념정당이 확립돼야 한다는 응답도 28.6%(4명)나 됐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은 “말만 하는 보수, 진보가 아니라 그 가치에 따라서 정책을 제시하고 차세대를 양성하는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 “명확한 철학과 신념이 있으면 지속적인 지지 그룹이 형성된다”며 “그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하면 그 정당이 사라지는 것이 정상적인 정치”라고 말했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철저한 실용 정당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은 “국가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실용적 정당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설문조사에 참여해 주신 분들분야별 가나다순.

<정치> 김광웅 전 중앙인사위원장·명지전문대 총장, 김병준 국민대 교수·전 대통령정책실장, 김상민 국회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남궁영 한국국제정치학회장, 박관용 전 국회의장,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 박영선 국회의원, 박찬욱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전 국가인권위원장,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언주 국회의원, 최진우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외교안보> 김성한 고려대 교수·전 외교부 차관,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경제>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김도훈 산업연구원장,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장,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산업>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이근 서울디자인재단 대표,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 함승종 블루베리코리아 대표

<사회> 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대표, 김시명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회장,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 문경란 서울시 인권위원장, 박덕진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연구실장, 박만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성낙인 서울대 총장,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 이원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이진강 대법원 양형위원장, 지훈상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이사장, 한주형 50+코리안(은퇴연구소) 회장

<교육·복지>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전 국민행복연금위원장,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전 한국연금학회장,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

<문화·스포츠>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장, 문정희 시인·한국시인협회장,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복거일 소설가, 서현 한양대 건축과 교수, 안규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 윤제균 영화감독, 윤호진 에이콤 인터내셔날 대표, 이용수 세종대 교수·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지원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장, 최광식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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