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 신중… “아베 최종 결심 지켜볼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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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여론 “아베담화에 사죄 담아야”]
한일수교 행사때 손 내밀었지만
日사죄없는 담화땐 관계개선 원점… 日여론 압박에 ‘막판 반전’ 기대도

“일단 지켜봐야죠. 아베 총리의 최종 결심만 남은 상태니까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와 관련한 전문가 자문기구 보고서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7일 이렇게 말했다. 전날 이 보고서가 나온 직후 외교부는 “보고서는 한일 관계의 선순환적 발전을 도모하려는 한국의 노력에 역행하고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일본 정부의 공언과도 배치된다”고 비난했다.

정부는 일본이 아베 담화의 주요 골격을 다 짜놓은 상태에서 핵심 요소에 대한 결정만 남겨놓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핵심 관건은 ‘사죄’ ‘침략’ ‘반성’ 등 표현 수위다. 이 당국자는 “담화의 내용을 보고 냉정하게 평가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을 잇달아 만나는 만큼 한국이 역사 문제에 과잉 반응하는 모습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는 계산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최대 보수지인 요미우리신문이 7일 ‘사죄가 포함돼야 한다’고 밝히는 등 이례적인 분위기도 나오고 있어 막판 반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초 정부는 한일수교 50주년이 되는 6월 22일이 양국 관계 개선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양국 정상이 상대국 수도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하는 방안도 한국이 먼저 제안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간 난제는 당분간 제쳐두고 우호적 분위기부터 형성하면 아베 담화, 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라는 긍정적 메시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7월 초 일본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문제가 한일 간 새로운 갈등 요소로 부각돼 이런 구상은 일그러졌다.

현재로는 아베 담화와 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 기조에 대한 한일 정부 간 사전 조율이나 의견 교환조차도 어려워 보인다. 6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도 18분에 불과한 짧은 만남이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담화에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이 재확인되기를 기대한다”고 하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총리가 대전(大戰)에 대한 반성과 평화국가로 걸어 나갈 것임을 강조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는 원칙론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일의원연맹(회장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 상임간사를 맡고 있는 새누리당 심윤조 의원도 “아직 아베 총리의 담화문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판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며 “그동안 한일의원연맹 차원에서 일본 측과 여러 대화를 나눴기 때문에 다음 주 발표 내용을 우선 지켜볼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지난달 10일 한일의원연맹은 일본에서 제38차 합동총회를 열고 아베 담화문에 역대 정권의 반성과 사죄 입장을 반영하도록 양측이 노력하자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조숭호 shcho@donga.com·강경석 기자
#한국정부#아베담화#한일수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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