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식량지원 남북협력에 효과없어 ‘북한판 새마을운동’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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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농촌단지 조성… 北호응이 변수

정부가 대북 지원 체계를 ‘구호성 지원’에서 빈곤 퇴치와 경제 개발을 함께하는 ‘민생 개발협력’ 중심으로 개편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정 물품을 전달하는 ‘시혜성 지원’은 지원 규모를 늘릴수록 대북 퍼주기 논란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6일 통일부에 따르면 20년간 대북 지원액은 3조2571억 원. 이 중 62%인 2조321억 원이 쌀과 비료 지원이었다. 나머지는 국내 민간단체들의 영양식과 의약품 등이었다.

복수의 정부 당국자는 “이런 지원은 실질적 성과가 크지 않은 데다 퍼주기 논란과 함께 ‘대북 지원 무용론’을 확산시켜 부정적 여론을 높였다”고 진단했다. 정부에서도 “대북 지원이 장기화되면서 국내외에서 대북 지원 피로감이 증대됐다”며 “대규모 쌀 비료 지원 예산을 반영해 온 남북협력기금의 예산 구조는 변화된 대북 지원 환경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극심한 식량난에서 벗어난 데다 대규모 식량 지원이 북한의 무너진 배급 체계를 되살려 북한의 선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정부의 인식도 작용했다. 북한도 물품 지원보다 개발협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남북협력기금 예산 구조를 개편할 계획이다. 현재는 ‘당국 차원의 지원’ 항목 아래에 ‘대북 식량 및 비료 지원’이 있다. 이를 ‘민생협력 지원’ 항목 아래 △보건의료 협력 △농축산 협력 △산림·환경 협력 등으로 바꾼다는 것. 올해까지 관례적으로 대북 식량 및 비료 지원 항목에 편성돼 온 식량(쌀) 40만 t, 비료 30만 t분의 예산은 사라지는 셈이다.

통일부는 보건의료와 농축산, 산림·환경이 결합된 민생 개발협력 사업 중심으로 대북 지원 체계를 새로 짤 계획이다. 정부가 구상하는 민생 개발협력의 핵심은 민간단체 주도로 북한 마을(리)에 복합농촌단지를 조성하는 것. 단지당 조성비용은 20억∼30억 원으로 추정된다. 복합농촌단지는 △식량 공급을 위한 협동농장·축산시설 개선·온실사업 △에너지 공급을 위한 태양광 또는 바이오매스 발전 △식량과 에너지를 함께 공급하는 혼농임업(농작물과 임업용 나무를 같이 경작) 및 산림 조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모자(母子)보건·주거환경 개선 등 4가지 요소를 결합해 조성된다. ‘북한판 새마을운동’인 셈이다.

정부는 남북 관계 진전 여부에 따라 당국 차원에서 추진하는 대규모 복합농촌단지 조성도 구상 중이다. 도(道) 차원으로 사업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호응 여부다. 북한은 정부 차원의 남북협력에 노골적인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김수암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개발협력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북한 주민과의 접촉과 북한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북한 당국이 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한기재 인턴기자 미국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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