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관계회복 서둘러야 한미동맹도 단단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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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70주년 한중일 학술회의
아베담화 수위 기대 못미칠 수도
‘韓日 협력이 이득’ 현실 직시해야

3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종전 70주년·한일국교수립 50주년 기념학술회의에 참석한 한중일 전문가들이 최근 동북아 정세에 대한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제주=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3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종전 70주년·한일국교수립 50주년 기념학술회의에 참석한 한중일 전문가들이 최근 동북아 정세에 대한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제주=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위험한 정치적 DNA가 갈등의 원인이다.”(류장융·劉江永 중국 칭화대 당대국제관계연구원 부원장)

“한국 외교는 상위 목표가 무엇인지, 일본과의 안보협력에선 무엇이 불가한지 내부합의조차 못한 ‘사고 정지’ 상태다.”(조세영 전 외교통상부 동북아국장)

3일 동북아역사재단이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한 종전 70주년·한일국교수립 50주년 기념학술회의에서는 최근 동북아 정세에 대해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서 한중일 전문가들은 8월 아베 담화에 대한 낮은 기대수준과 함께 그 파장을 우려하는 분석을 내놨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8월 아베 담화에 한국이 요구해온 △침략 △식민지 △반성 △사죄 등 4대 요소가 포함되지 않고 중국이 이를 문제 삼아 한국 주도의 한중일 3자 정상회담 참여를 거부할 경우 한국의 입장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일 관계 악화가 한미 동맹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한국이 미중 사이에 낀 일종의 ‘(강대국 외교 사이에서 동요하는) 스윙 스테이트’로 비칠 수 있다”며 “한일 관계를 회복하면 한미 동맹은 더 공고해진다. 11월 말까지 한중일 정상회담과 한일 및 중일 양자회담을 개최해 긴장 완화에 나서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동북아 갈등의 근본 원인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오갔다.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게이오대 교수는 “일본 내각부의 연례 여론조사에서 지난해 한국에 대해 친근감을 느끼는 일본인은 불과 30%로 역대 최저치였다”며 “일본에서는 한국의 대일 인식이 나빠지니까 일본도 그렇게 변했다는 순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명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단순히 한일 지도자들의 역사인식이나 외교정책 때문이 아닌 국력의 변화, 동북아 내에서의 세력 전이 현상으로 불거진 거시적인 변화의 흐름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외교의 현주소에 대한 비난도 제기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대외전략기획관을 지낸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는 “일본의 자위대가 강해지면 한국에 쳐들어올 수 있다는 식의 인식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일본 역시 한국과 협력하면 전략적 이득이 많은데 한일 협력을 그동안 과소평가해 왔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하종대 동아일보 부국장은 “한중일이 영토 문제 같은 첨예한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면 당분간 접어둬야 한다”며 “단, 위안부 문제는 ‘과거’가 아닌 희생자들이 생존해 있는 현재의 이슈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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