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미래를 위한 남북대화가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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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6·15공동선언 발표 15주년을 기념하는 남북공동행사가 장소 문제 등으로 무산됐다. 북측은 6·15행사를 서울에서, 8·15행사는 평양에서 정치행사로 치르길 희망하고, 남측 정부는 6·15행사를 평양에서, 8·15행사는 서울에서 정치성이 배제된 순수 민간행사로 진행할 것을 희망했다.

장소 문제는 행사의 성격, 내용, 주도권 등과 관련이 있다. 북측은 서울에서 6·15남북공동행사를 진행해 ‘우리 민족끼리 이념에 따른 자주통일’을 강조하면서 외세 배격을 강하게 들고 나올 기회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남측 당국은 우리 민족끼리라는 민족 정체성보다는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을 내세우고 광복 70주년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 그래서 민족 정체성과 관련한 6·15행사는 평양에서, 국가 정체성이 강한 8·15행사는 서울에서 개최하길 희망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주장한 대로 정치적 성격을 가지려면 과거 두 차례 진행했던 반관반민의 대표단을 구성하고 6·15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당국 간 대화와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당국 대화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 정치색을 배제하고 민간의 의지를 모아 당국에 호소하는 형태를 띨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간 차원의 정치행사란 말이 나오면 남측 정부는 통일전선전술에 놀아난다는 비판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북화해를 모색하는 민간행사가 남남갈등을 불러온다면 당국 간 관계 복원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6·15선언 등 남북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당국 간 대화가 불가피하다. 종신 임기의 북한 정권이 5년 단임의 남측 정부를 상대하면서 시간은 자기편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무한경쟁의 글로벌 시대에 시간을 허비하면 빠른 속도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과거를 기념하는 행사 문제로 남북갈등과 남남갈등을 지속하는 것은 시대착오다. 지금부터라도 북측은 남측 최고통치자와 관계 당국자들에 대한 비난 공세를 멈추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할 것이다. ‘분위기와 환경’을 대화의 전제로 내세울 것이 아니라 대화에 나와서 남북관계 복원의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미래#남북대화#6·1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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