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완종 리스트’ 홍준표 첫 소환, 성역 없는 수사 계속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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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검찰을 떠난 지 20년 만에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어제 친정 같은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2011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 경선 자금으로 홍 지사 측에 1억 원을 줬다는 ‘리스트’와 인터뷰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지 꼭 한 달 만이다.

홍 지사는 조사를 받기 전 카메라 앞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드리게 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검찰에 소명하러 왔다”고 했다. 보통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하는 피의자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만큼 무혐의 입증에 자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는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윤모 전 부사장에 대해 측근을 통해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증거 인멸을 교사했다면 구속될 수 있는 사안이다.

홍 지사는 검사 시절 이탈리아의 성역 없는 부패추방운동 ‘마니 풀리테’를 극찬한 바 있다. 거악(巨惡) 척결에 앞장서 ‘모래시계’ 검사로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인물이 부정한 돈을 받은 혐의를 받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홍 지사는 후배 검사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진실을 밝히고, 죄가 있다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홍 지사 다음으로는 이완구 전 총리가 다음 주 소환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나머지 6명에 대한 수사는 답답할 정도로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성 회장이 망자(亡者)라는 어려움만 내세워 수사가 용두사미(龍頭蛇尾)에 그칠 경우 국민의 검찰 불신, 정치 불신이 더 커질 것이 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최근 발생한 사건들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서 국민 의혹을 해소하고 우리 사회와 정치권이 윤리적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로 만들어 나갈 각오”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를 성역 없는 수사에 대한 ‘허가장’으로 받아들여 친박 인사들의 2012년 대선자금 수수 의혹, 2013년 경남기업 3차 워크아웃 당시 여권 실세와 금융당국자들에 대한 로비 여부까지 철저히 수사하기 바란다. 이번 수사가 부패 척결을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김진태 검찰총장부터 직(職)을 거는 각오로 리스트의 진실을 성역 없이 파헤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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