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돈과 권력의 끈질긴 공생, 성완종뿐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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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어제 “대선 자금은 여야가 없다”며 “야당도 같이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정치인들에게 돈을 제공한 의혹이 2012년 대선 자금 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야당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논리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물귀신 작전”이라고 반발했고 2012년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표는 “엉뚱한 소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면 여야의 대선 자금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

2004년 17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했던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돈은 묶고 입은 푼다’는 취지로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개정을 주도했다. 이른바 ‘오세훈법’이다. 이때 개정된 정치자금법은 법인(기업)의 정치자금 후원을 금지하고 다수 소액 기부자들의 후원을 장려했다. 돈이 덜 드는 정치를 위한 개혁이었다. 그 후 11년이 지났으나 돈과 권력의 검은 공생은 끈질기게 이어졌음이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법이 태동한 배경에는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기업들로부터 823억 원의 불법 자금을 받은 ‘차떼기 사건’이 있었다. 분노한 민심에 정치권은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고 나섰다. 하지만 법 개정이 ‘돈 정치’를 근절하지 못했고, 정치인들은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회계가 투명하지 않은 중소기업의 돈을 받기 위해 눈을 돌렸다는 말이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역사상 처음으로 불법 대선 자금과 절연하고 탄생한 정권”이라고 자랑했다. 대통령 자신은 몰랐다고 해도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2007년 대선 직전에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게서 3억 원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실형을 살았다.

불법 자금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은 것은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대결했던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는 2003년 12월 “우리가 쓴 불법 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대통령 직을 걸고 정계를 은퇴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4년 3월 검찰은 노무현 캠프의 불법 대선 자금 규모가 113억 원으로 한나라당의 7분의 1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안희정 등 친노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이번엔 상대적으로 깨끗한 이미지를 지닌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성완종 리스트에 올랐다. 수사가 진행되면 불법 자금을 제공한 사람이 성 회장 혼자만이 아니었을 수 있고 여야가 같이 연관돼 있을 가능성도 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479억 원을 썼다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뒤 453억 원을 국고에서 보전받았다.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는 485억 원 지출에, 466억 원을 보전받았다. 실체적 진실이 이와 다르다면 여든 야든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깨끗한 정치’를 만드는 것이 오늘의 시대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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