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각본에 들러리 된 ‘전문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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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 2014년내 입법예고 절차 강행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상파 방송사 편들기가 도를 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에 광고총량제를 도입할 경우 유료방송업계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의 큰 피해가 예상되는데도 ‘연내 입법예고’를 위해 행정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 방통위가 10월 설치한 ‘방송광고산업 활성화 전문위원회’ 내부에서는 “전문위는 결국 방통위에 명분을 만들어 주기 위한 들러리”라는 비판도 나온다.

○ 명분 만들기에만 급급한 방통위

14일 방송업계 등에 따르면 방통위는 18일로 예정된 방통위 전체회의에 지상파 및 유료방송 광고규제 완화에 관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식 보고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최성준 방통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은 최근 두 차례 모임을 갖고 관련 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전문위는 전체회의 하루 전날인 17일 최종 보고서를 만들어 방통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마저도 단일화된 안을 내놓기 어려워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업계 의견을 반영한 1, 2안 형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방통위 전체회의는 결국 하룻밤 사이 전문위 결과보고서를 검토하겠다는 얘기다.

방통위는 전문위를 설치하기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지상파 방송사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인한 업계 영향 분석을 의뢰했다. 그러나 KISDI가 내놓은 보고서는 광고주를 대상으로 ‘지상파 프로그램광고(프로그램 앞뒤로 붙는 광고)가 현재 24개보다 더 늘어나면 참여하겠느냐’는 모호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하는 등 주먹구구식이어서 전문위 내부에서 크게 질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위에 소속된 KISDI 관계자는 첫 2번의 회의에만 나오고 나머지 3차례는 모두 불참했다.

전문위에 소속된 A 교수는 “방통위가 정책 방향을 미리 정해놓고 밀어붙이고 있다”며 “최종안에 대해서도 전체회의에서는 참고만 할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위원인 B 교수는 “전문위는 한마디로 요식행위”라며 “방통위는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하루라도 빨리 논의를 끝내자는 태도로 일관해 왔다”고 비판했다. B 교수는 이어 “KISDI 연구용역을 제대로 다시 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도 방통위는 ‘더이상 연구할 시간도, 돈도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문위에서 나온 의견을 그때그때 상임위원들에게 전달해 왔다”며 “전문위는 자문기구이지 정책 결정 권한을 가진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결국 전문위 논의 결과가 정책 방향 결정에는 별다른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

○ 지상파 편들기 위한 방통위의 이중성

최 위원장은 8월 ‘방통위 3기 정책과제’를 발표할 때 “지상파 광고총량제를 연내 도입한다”고 밝혔고 이후 국감 등에서 이런 방침을 여러 차례 재확인했다. 방통위가 ‘입법예고’ 절차를 서두르는 배경이다.

반면 방통위는 전체 국민과 연관된 700MHz(메가헤르츠) 주파수 분배 문제는 통신용으로 40MHz 폭을 배정한 2012년의 결정을 뒤엎어서라도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상파 초고화질(UHD) 상용화’에 이 대역 주파수가 필요하다는 지상파 방송사의 요구 때문이었다. ‘주파수는 천천히, 광고는 빨리빨리’라는 방통위의 이중적 태도는 결국 지상파 방송사만 챙기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유료방송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방송업계에서는 지상파 방송사에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지상파 방송광고가 1500억∼2500억 원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워진 방송광고 시장에서 중소 PP들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사에 광고총량제를 허용하면 내년에는 중간광고까지 도입하겠다고 떼를 쓸 가능성이 크다”며 “방통위가 이를 허용할 경우 안정 궤도에 접어들지 못한 일반 PP들은 모두 망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방송통신위원회#지상파 광고총량제#지상파 방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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