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경위 죽음, 靑 수사개입 의혹으로 번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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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문건 유출 수사]유서에서 ‘靑이 회유’ 암시

최경락 경위가 남긴 유서 중 일부. 함께 수사를 받은 한모 경위에게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밑줄 표시)이라며 대통령민정비서관실의 회유 시도를 시사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최경락 경위가 남긴 유서 중 일부. 함께 수사를 받은 한모 경위에게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밑줄 표시)이라며 대통령민정비서관실의 회유 시도를 시사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정윤회 동향’ 문건 등 청와대 문건 유출자로 지목된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최경락 경위(45·사망)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나는 문서를 유출한 적이 없다.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48·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유출한 것 같은데, 나한테 덮어씌우는 것”이라며 박 경정을 문건 유출자로 지목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반면 박 경정은 검찰 조사에서 “내가 정보1분실에 옮겨놓은 상자에서 문건을 꺼내 복사했다는 최 경위가 유출 문제를 알지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상반된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13일자 6면 보도.
13일자 6면 보도.
검찰이 다양한 증거를 들이밀며 자신을 옥죄는 동시에 동료 경찰관과도 서로 범인이라고 맞서면서 심적인 부담이 커지자 최 경위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사건을 언론에선 권력형 비리와 같은 게이트 수사보다 더 큰 이슈로 다루고 있고, 그 주범으로 지목된 상황이 최 경위에게 큰 압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최 경위가 남긴 유서 내용에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받은 압박감이 묻어 있다. 그는 “‘BH(청와대)의 국정 농단(정윤회 동향 문건으로 추정)’은 저와 상관없다. 단지 세계일보 A 기자가 쓴 기사로 인해 제가 이런 힘든 지경에 오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박 경정이 정보1분실로 보낸 상자 안의 문건을 꺼내 최 경위와 함께 복사했다고 진술한 한모 경위(44)에게는 “너무 힘들어하지 마라. 나는 너를 이해한다”면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모종의 회유가 있었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이어 “이제 내가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은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회사 차원의 문제”라며 “이제라도 우리 회사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이런 결정을 한다”고 적었다.

崔경위가 타고 있던 차량 감식 경기 이천경찰서 과학수사팀이 13일 ‘정윤회 동향 문건’ 유출 혐의를 받던 최경락 경위가 숨진 채 발견된 차량의 감식을 준비하고 있다. 이천=뉴스1
崔경위가 타고 있던 차량 감식 경기 이천경찰서 과학수사팀이 13일 ‘정윤회 동향 문건’ 유출 혐의를 받던 최경락 경위가 숨진 채 발견된 차량의 감식을 준비하고 있다. 이천=뉴스1
최 경위는 11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 과정에서 “대통령민정비서관실 파견 경찰관이 한 경위에게 ‘자백하면 불입건해준다’고 제의했다고 한다”며 ‘청와대 회유’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정작 ‘자백’을 해놓고 구속영장이 청구된 한 경위는 법원에서 “청와대로부터 회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고, 청와대 역시 “수사를 의뢰한 뒤 피의자와 접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 경위가 이를 유서를 남기면서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고, 청와대 회유설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미 최 경위가 세계일보 A 기자에게 여러 건의 문건을 넘긴 정황을 파악해 구속영장 청구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 검찰은 4월 ‘비위 청와대 행정관 징계 없는 원대 복귀’라는 기사의 근거가 된 공직기강비서관실 보고서 등 3건은 컴퓨터 하드디스크 및 휴대전화 기록을 복원해 물증을 발견했다. 다만 정윤회 동향 문건은 물증은 아니지만 제3자의 진술과 관련된 정황 증거가 여러 개 있어 이 또한 최 경위가 넘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최 경위의 자살이라는 돌발 변수에도 검찰 수사는 빠르게 종착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검찰에선 “(문건 작성과 유출 경로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사건 초기 박 경정이 “청와대 밖으로 문건을 빼돌린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검찰은 그동안 휴대전화와 녹취파일 복원, 한 경위의 조사에서 문건 유출 경로를 상당 부분 파악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문건 작성을 지시한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과 친분이 두터운 박지만 EG 회장을 15일 불러 ‘배후 의혹’까지 조사한 뒤 이르면 22일경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최우열 dnsp@donga.com·변종국 기자
#청와대 문건 유출#최 경위 유서#정윤회 동향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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