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유출 배후에 양천 모임”… 趙측 “靑이 뒤집어씌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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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문건’ 파문]靑vs조응천측 진실공방
靑 “유출 보고는 조응천의 자작극”
제3자가 빼돌린 것처럼 꾸며… 吳행정관 통해 정호성에게 보고
‘유출 보고’ 吳행정관 “靑이 묵살”… 1일 특별감찰반서 7시간30분 조사
조응천이 주도한 것으로 몰아가… 박지만에도 문건 전했지만 조치없어

청와대는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 씨 동향 문건을 유출한 배후로 이른바 ‘양천 모임’을 지목하고 있다.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이 주축이 된 이 모임에서 의도적으로 정 씨를 끌어들여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보좌진들을 쳐내려 했다는 것이다.

반면 조 전 비서관 측은 청와대가 ‘정윤회 문건’의 작성과 유출을 조 전 비서관에게 덮어씌우려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 靑 “조응천 자작극”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조 전 비서관이 공직기강비서관실 오모 행정관을 통해 문건 유출이 제3자에 의해 일어난 것처럼 자작극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주장은 이렇다. 세계일보는 4월 청와대 문건이란 점을 소개하며 ‘비위 행정관 원대 복귀’ 기사를 보도했고, 청와대는 내부 문건이 외부로 샌 사실을 알고 자체 감찰을 벌여 문건의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물증을 찾지는 못했다. 그 뒤 오 행정관이 6월경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을 찾아와 청와대 내부 문건 100여 쪽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많은 문건이 새 나갔다. 감찰을 해서 문건을 신속하게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후속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오 행정관이 사진의 출처를 밝히지 않아 조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오 행정관은 7월 초 대기발령을 받았다가 한 달 뒤 A 행정관의 추천으로 홍보기획비서관실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오 행정관과 A 행정관, 정호성 비서관은 고려대 동문이다. 11월 세계일보가 ‘정윤회 동향’ 문건을 보도하자 청와대는 다시 오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여기서 사진의 출처가 조 전 비서관임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문건 유출자로 의심받자 오 행정관을 시켜 ‘제3자 유출설’을 퍼뜨렸다는 게 청와대의 주장이다.

○ 조응천 “제2의 윤필용 사건”

오 행정관은 청와대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그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1일 낮 4시 반부터 7시간 반 동안 특별감찰반의 조사를 받았는데, ‘문건 작성과 유출은 모두 조 전 비서관이 주도한 것 아니냐’는 질문만 계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감반은 ‘문건 작성과 유출은 조 전 비서관이 주도했다’는 내용의 진술서에 확인 서명을 강요했지만 끝까지 거부했다”고 말했다. 오 행정관은 4일 청와대에 사표를 냈지만 수리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 행정관이 특감에서 서명만 하지 않았을 뿐 조 전 비서관이 문건의 작성, 유출을 주도한 사실은 인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 행정관은 “그런 진술도 하지 않았다. 인정을 하고 서명만 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반박했다.

오 행정관은 오히려 청와대가 조 전 비서관의 문제 제기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조 전 비서관은 5월 말 청와대 내부 문건이 시중에 돌아다닌다는 얘기를 듣고 추적하다가 한 언론사 기자에게서 100여 쪽의 사본을 건네받았다. 이후 박 대통령의 남동생인 지만 씨에게 연락을 취했는데도 조치가 없자 오 행정관이 가깝게 지내던 정호성 비서관에게 문건을 전달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게 그 내용은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직후 오 행정관은 인사 조치됐다.

조 전 비서관은 오 행정관이 감찰에서 조 전 비서관의 ‘혐의’를 요구받은 것과 관련해 “제2의 윤필용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 확실한 증거 없는 설화로 낙마시켰던 윤필용 씨에게 자신의 처지를 비유한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은 “없는 것을 만들어내려고 강압 조사를 한 데 대해 분노를 느낀다. ‘이래서는 큰일 난다’는 일념으로 위기임을 알리려 한 게 죄인가”라고 반문했다.

○ ‘양천모임’ 실체 공방

청와대는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 오 행정관, 최모 전 행정관을 비롯해 대검찰청 수사관 박모 씨, 국가정보원 간부 고모 씨, 언론사 간부 김모 씨, 지만 씨의 공보담당 전모 씨가 참여하는 이른바 ‘양천 모임’에서 ‘정윤회 문건’의 작성, 유출을 주도했다고 보고 검찰에 진상을 파악해줄 것을 비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은 통화에서 “양천 모임의 실체가 없다”며 “박 씨만 해도 정보력이 뛰어나 공직기강비서관실로 스카우트하려 했지만 검찰 인사가 여의치 않아 막걸리 한 잔 나눈 게 전부”라고 반박했다. 박 씨도 “조 비서관을 만나 본 적은 있지만 모임은 있지도 않고 구성원이란 사람들이 모인 일도 없다”고 말했다. 언론사 간부 김 씨도 “조 전 비서관을 포함해 모임 멤버를 단 한 명도 알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조수진 기자
#청와대#비선 실세#정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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