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정보의 정치화 심각… 근거없는 北붕괴론 부추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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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G 보고서에 담긴 한국정보기관 병폐 사례는

“북한발 리스크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정확하고 수준 높은 대북 정보(quality intelligence)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한국 정보기관의 ‘병폐’를 지적한 국제위기그룹(ICG)의 대니얼 핑크스톤 박사는 4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렇게 밝히고 “정치적 개입 등 정보기관의 병폐가 가중되면 한반도 위기관리 및 안보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장성택 첩보 공개로 휴민트 잃었을 수도…”


국가정보원에 쏠리는 비난 여론을 완화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의 민감한 첩보 공개 사례로 북한의 장성택 실각을 들었다. 이 보고서는 “국정원이 지난해 12월 3일 국회정보위에 장성택 실각 소식을 흘리면서 북한 내 대대적인 내부 첩보자 색출 작업이 벌어지고 공개 처형을 부추겼을 가능성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전했다. 국회의 정보 유출도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됐다.

또 복수의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긴밀한 동맹임에도 잦은 유출 문제 등으로 미국은 한국과 특급 기밀이나 첩보를 공유하는 것에 대한 벽을 느껴왔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한 전직 국회의원은 국정원이 의도적으로 기밀을 유출하려 할 때만 (유출이 거의 확실한) 국회에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 “원세훈 원장 시절 ‘정보의 정치화’ 문제 심각”

보고서는 한국 전직 관리들과의 인터뷰를 인용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재임 시절 조직 장악력이 전혀 없었던 비전문가”였다고 지적했다. 당시 현직에 있던 관리는 “원세훈 산하 국정원 제공 정보의 신뢰도가 너무 낮아 대체 정보와 자료를 항상 찾곤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다른 소식통을 인용한 별도의 각주에서 “원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약 10명의 국정원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원 전 원장은 재임 기간 중 북한이 곧 붕괴한다는 주장을 폈는데,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은 (통일세 검토 등) 정책적인 면에서 이런 주장을 반영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정원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정원 직원 자살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가정불화로 자살한 직원이 한 명 있지만 당시 국정원 내부 상황과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정원 관계자는 “보고서 내용이 우리 국가정보기관을 음해하는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 “정치적 화살 피하기 위한 민감 정보 공개도 심각한 문제”

보고서는 남재준 전 원장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한 것도 정보기관의 본분을 잃어버린 행동이자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남 전 원장 주장대로 박근혜 대통령과 상의하지 않고 자료를 뿌렸다면 이는 최고통치권자에 대한 월권이고, 박 대통령이 이를 지시했거나 알고도 모르는 척했다면 국정원의 신뢰도를 추락시킨 행동”이라고 진단했다.

대선 개입 댓글 사건에 휘말린 군 사이버 사령부 소속 530심리전단이 기밀 활동계획 등을 유출한 사례도 언급했다. 보고서는 “2월 군사이버사령부는 국회 국방위에 (이란 우라늄 농축시설 전산망을 무력화했던) ‘스턱스넷(Stuxnet)’ 컴퓨터 바이러스와 유사한 사이버 공격무기 개발 계획을 제출했다”며 “이는 위험하고 불법일 뿐 아니라 북측의 반격을 정당화할 여지를 남기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보고서는 “국내 긍정적인 여론 조성을 위해 기밀 계획이나 활동을 의도적으로 유출하는 정보당국의 흔한 패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원세훈#북한 붕괴론#ICG 보고서#한국정보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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