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제재 해제’ 직접 밀어붙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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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北 ‘제재 해제’ 합의 파장]
납북자 문제 진전 실리 얻었지만… 北핵실험땐 외교적 고립 부메랑
北 “조속한 시일내 재조사” 속도전… 日언론 “日과 관계개선, 김정일 유훈”

북한 내 모든 일본인 재조사를 합의한 북-일 외무성 국장급 회담은 A부터 Z까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작품이었다.

3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독자적인 대북 제재 해제에 신중한 자세였으나 아베 총리가 제재 해제를 교섭 카드로 활용하도록 사전 승인하는 등 합의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29일 협상 대표였던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에게서 협상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를 최종 승인했다.

북-일 관계 최대 현안인 납북 일본인 피해자에 대한 재조사가 시작되면 아베 총리의 인기를 밀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2005∼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 당시 관방장관으로서 납북자 문제에 강경론을 펼쳐 총리 자리에 오르는 정치적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외교적 고립’에 빠질 위험도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4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다면 아베 총리는 “섣불리 제재를 풀어줬다”는 국제적 비난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합의 이후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설 의향을 보이고 있다. 귀국길에 오른 북한 측 수석대표인 송일호 북일국교정상화교섭 담당대사는 30일 중국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조속한 시일 내에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납치 문제 재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송 대사는 또 ‘합의에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건물 문제가 포함됐느냐’는 질문에 “합의문에 재일 조선인 지위 문제가 언급됐으며 여기에는 총련 회관 문제도 반드시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적극적 자세와 관련해 교도통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2011년 12월 사망)이 “일본과 관계 개선을 하라”는 유훈(遺訓)을 남겼고 이 내용이 일본 정부에도 전달됐다고 30일 보도했다. 김정일이 2007년 7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2008년 8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정권과 일본인 납치문제의 재조사 시행에 합의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또 김정일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 명령을 변경하지 않고 사망했기 때문에 이 지시가 아들인 김정은에게 유훈으로 계승됐다는 것이다.

북한의 전향적인 자세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북한 조사를 검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점 △총련 본부 건물 경매 문제 △모든 납치 피해자의 귀국 등을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넘어야 할 3개의 벽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3차 아시아안보회의 기조연설에서 “일본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바다와 하늘을 지킬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필리핀과 베트남의 해법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지지해 중국과의 대결 자세를 분명히 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일본은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계획”이라며 자신이 추진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제재 해제#아베 신조#외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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