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 북핵 해결과 조화 이뤄야”… 남북관계 악재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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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北‘제재 해제’ 합의 파장]
日 단독플레이에 강한 불쾌감

“일본이 북한과의 교섭 과정이나 합의 내용에서 북핵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채 대북 제재 해제를 약속한 것에 한국과 미국 정부 모두 불쾌해하고 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30일 북한과 일본의 국장급 회담 합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공식적으로 한국은 “한미일 모두 국제적 공조가 지속돼야 한다는 공동 인식의 맥락에서 북-일 협의를 지켜보겠다”고 했고, 미국은 “일본의 투명한 납치 문제 해결 노력을 지지한다”고 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북핵 공조에 미칠 부정적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은 대북 제재 해제에 대해 사전에 한국, 미국과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일 국장급 회담에서 합의가 도출됐지만 북-일 양측 지도자의 재가를 받고 발표 직전에서야 한미에 합의문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중국도 북한으로부터 사전 연락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북-일 양측이 대화를 통해 서로의 관심과 우려를 해결하며 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지역의 평화 안정에 유리하다고 본다”고 말했지만 속내는 꽤 복잡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 일본이 과거사, 영토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일본과 전격 합의한 것은 중국으로서는 당혹스러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29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북한과 일본의 납북 피해자 재조사 합의는) 북한 핵문제와 조화를 이루도록 협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미 하원이 29일 대북제재강화법안을 의결하는 등 독자적인 제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제재를 해제하는 것은 한미일 북핵 공조를 이완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이번 조치가 핵과 미사일 개발에 활용될 현금 흐름을 차단하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3월 말 드레스덴 대북 3대 제안이 북한의 극렬한 반발로 표류하는 상황에서 북-일 합의가 새로운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걱정하고 있다. 북-일 합의로 인해 북한을 남북대화로 유인할 동력이 더욱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북-일 합의는 평양선언 이행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평양선언은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일 국교 정상화 의지를 담은 선언이다. 납치자 문제가 잘 해결될 경우 평양선언이 언급한 대로 ‘북한이 일제강점기 피해에 대한 대일 청구권을 포기하는 대신 일본의 대규모 경제지원을 받는’ 형태로 국교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성급한 전망도 나온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워싱턴=정미경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제재 해제#아베 신조#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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