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도 대박” “獨, 통일한국의 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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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독일 방문]
朴대통령, 統獨-경제통합 벤치마킹

옛 베를린 장벽 방문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오전(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장벽 유적인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를 둘러보고 있다.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남아있던 1.3km 길이의 장벽에 세계 21개국 작가 118명의 벽화를 설치한 야외전시관이다. 베를린=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옛 베를린 장벽 방문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오전(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장벽 유적인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를 둘러보고 있다.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남아있던 1.3km 길이의 장벽에 세계 21개국 작가 118명의 벽화를 설치한 야외전시관이다. 베를린=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50년 전 ‘경제 기적’으로 통했던 한국과 독일. 이번엔 ‘통일 대박’으로 한마음이 됐다.

1964년 서독을 방문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라인 강의 기적’을 벤치마킹해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2014년 딸 박근혜 대통령은 새로운 ‘독일 벤치마킹’에 나섰다. 통일을 넘어 통합을 이룬 독일, 히든챔피언(강소기업)의 산실 독일을 통해 ‘통일 한국’의 신성장 전략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통일 대박’으로 통한 한-독일 정상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6일(현지 시간)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에 대해 “독일에도 통일은 정말 행운이자 대박이었다”며 강한 공감을 나타냈다. 독일어로 대박을 뜻하는 ‘Gl¨ucksfall’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통일 준비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동아일보 기자의 질문에 “박 대통령의 대박이라는 표현에는 나의 느낌이 반영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첫 동독 출신 총리인 메르켈은 “나 역시 통일의 산물”이라며 “내가 옛 동독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25년 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1700만 동독 주민의 삶이 모두 바뀌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한반도 통일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포용과 경제 지원’을 꼽은 뒤 “다른 삶을 산 (북한) 사람들에게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많이 하면 통일이 수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해 “과거에 잘못을 저지른 독일이 다른 나라에 뭐라 할 입장은 아니다”라면서도 “용기 있는 행동을 통해 과거사를 청산할 수 있다. 독일이 과거사를 청산했기에 유럽 통합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두 정상은 회담에서 독일 통일 과정에서의 외교적 경험과 전략을 공유하기 위한 한독 통일외교협력자문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또 양국 재무당국과 경제정책연구기관 간 통일 협력 네트워크를 구성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 비정부기구(NGO)와 독일 NGO가 공동으로 북한 지원사업을 추진하자고 메르켈 총리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 독일의 그뤼네스반트처럼 DMZ를 생태공원으로

박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간) 첫 일정으로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를 찾았다. 이곳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베를린 중심부에 남아있던 1.3km 장벽에 세계 21개국 작가 118명이 벽화를 설치한 야외 전시관이다. 박 대통령은 이곳에서 열린 ‘DMZ-그뤼네스반트 사진전’을 관람했다.

그뤼네스반트는 옛 동·서독 간 접경지대로 한국의 비무장지대(DMZ)와 같은 역할을 했다. 현재는 생태공원으로 복원됐다. 박 대통령이 이 전시회를 찾은 이유는 분명하다. DMZ가 언젠가는 그뤼네스반트와 같이 통일 한국의 상징이 되리라는 희망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카니 알라비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예술가협회장은 “나는 한국의 DMZ를 5번 방문했다”며 “DMZ에서도 이런 전시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런 날이 오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사진전 관람 이후 마지막 동독 총리였던 로타어 데메지에르와 독일 통일 당시 서독 내무장관이었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 등 독일 통일 주역 5명을 만나 한반도 통일 준비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이들의 조언은 다음 달 출범할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의 구성과 활동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을 아시아의 히든챔피언으로 만들고 싶다”


박 대통령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아버지는 (서독 방문 당시) 아우토반과 제철소를 보고 경부고속도로와 중공업을 육성했다”며 “나는 독일의 히든챔피언(강소기업)을 보며 우리도 어떻게 하면 저런 히든챔피언을 만들 수 있을까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27일 베를린에서는 한독 히든챔피언 포럼이 열렸다. 양국의 중소·중견기업들이 각각 유럽과 아시아 시장으로 뻗어 나가기 위한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독일 방문 경제사절단 105명 가운데 71명이 중소기업 대표로 채워진 것도 독일의 강소기업을 배워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독일에는 히든챔피언 기업이 1300여 개나 있다. 미국은 300개, 일본은 100개 정도다.

박 대통령은 독일이 히든챔피언을 길러낸 원동력이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직업교육에 있다고 보고 메르켈 총리에게 독일의 직업교육 제도를 한국에 접목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한독 경제인 오찬에서 “비슷한 사람끼리 끌린다”는 독일 속담을 인용했다. 전쟁과 분단의 시련을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이뤄낸 한국과 독일이 경제협력의 ‘최적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베를린=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독일#통일 대박#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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