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정강 ‘친노색 빼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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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강정책 초안 살펴보니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통합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을 출범시킨 데 이어 항로(航路) 설정에 들어갔다. 이념적 지향점을 분명히 할 정강정책이라는 각론을 조율하는 작업이다. 새정치연합은 17일 민주당 측에 17쪽 분량의 정강정책 초안을 넘겼고, 양측은 18일부터 구체적인 협의를 벌일 계획이다.

양측은 전날 창당 발기취지문에서 중도 노선을 강화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하지만 총론과 각론은 엄연히 다르다. 정강정책의 세부 내용을 조문화하는 과정에선 이견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통합의 대의명분에 묻혀 있던 정체성 갈등이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안보통일은 보수, 경제사회는 진보적 성향”


민주당 측 변재일 정강정책분과위원장은 17일 기자들과 만나 “경제사회 분야의 진보화, 통일안보 분야의 보수화는 시대정신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 틀을 뛰어넘자는 그림을 제시한 것이다. 변 위원장은 이어 “새정치연합이 전달한 정강정책 초안을 1차 분석한 결과 민주당이 추진했던 정강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양측은 전날 발기취지문에 담긴 내용을 토대로 정강정책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발기문엔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민주당의 주요 정책이었던 ‘보편적 복지’ 노선을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조합’으로 수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 모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새천년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이 마련 중인 강령과 정책 노선 등을 두고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내부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했던 새천년민주당을 벤치마킹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적지 않다. 새천년민주당이 ‘중도’와 ‘통합’을 전면에 내걸고 △생산적 복지 △성장과 분배의 조화 △강력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 남북 교류 협력 확대 등을 강령에 명시했던 점 때문이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창당한 열린우리당 이전의 민주당으로 되돌려놓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며 “열린우리당 이후 여러 신당은 급히 간판만 바꿨지 정강정책은 거의 바꾸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의 강령에선 열린우리당 시절 채택한 ‘보편적 복지’, 분배에 주안점을 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 정착’ ‘자주적 방위역량 기반 구축’ 등의 문구는 빠질 것이 확실시된다.

○ 안철수 측, “부자 대 서민 프레임 벗어날 것”

민주당 일각에선 새정치민주연합의 정강정책이 지나치게 ‘우(右)클릭’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기식 의원은 ‘자본과 노동의 상생’이 적힌 발기문에 대해 “압도적 자본 우위 사회에서 노동의 권리가 강조돼야 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진보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밀리지 않을 태세다. 자본 대 노동에 집착했던 진보 진영이 외면해온 성장과 산업화 가치도 살려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효석 공동위원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과 협력의 질서를 구축하면서 재벌 때리기, 반(反)재벌정책으로 비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특히 부자 대 서민 프레임을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진 jin0619@donga.com·황승택 기자
#새정치연합#정강정책#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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