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정원-변호인 제시한 문서의 中관인 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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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증거조작 논란’ 새 국면

국정원이 입수해 제출한 ‘상황설명서에 대한 회신’에 찍힌 관인(왼쪽)과 변호인 측이 제출한 ‘상황설명서’에 찍힌 관인.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DFC)는 2월 28일 두 관인이 다르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국정원 입수 문서의 관인에선 ‘h’(사)자의 ‘日’의 마지막 획 중간이 끊어져 있고 ‘木’의 마지막 획 끝이 약간 갈라져 있다.
국정원이 입수해 제출한 ‘상황설명서에 대한 회신’에 찍힌 관인(왼쪽)과 변호인 측이 제출한 ‘상황설명서’에 찍힌 관인.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DFC)는 2월 28일 두 관인이 다르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국정원 입수 문서의 관인에선 ‘h’(사)자의 ‘日’의 마지막 획 중간이 끊어져 있고 ‘木’의 마지막 획 끝이 약간 갈라져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항소심 재판부에 증거자료로 각기 제출된 국가정보원 측과 변호인 측 문서의 관인이 서로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두 문서에는 똑같이 중국 삼합변방검사참(세관)의 관인이 찍혀 있지만 유모 씨의 북한 출입국 사실과 관련해 정반대의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문서의 관인이 다른 것으로 확인되면서 둘 중 하나는 위조됐을 가능성이 높아졌고, 증거조작 논란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을 지휘하는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은 28일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DFC)로부터 두 문서의 관인이 동일하지 않다는 감정 결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사건의 핵심 인물인 국정원 소속의 주선양총영사관 이모 영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 “중국 측 문서 관인 3군데 달라”

국정원과 변호인 측이 각각 입수했다는 문서는 같은 기관의 문서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정반대의 내용을 담고 있다. 변호인 측이 지난해 12월 서울고법 재판부에 낸 문서는 간첩 혐의로 기소된 유 씨가 북한에 드나들었다는 검찰 측의 ‘출입경기록 조회 결과’ 내용을 전산 오류라며 전면 부인하는 ‘정황설명서’다. 이에 국정원은 ‘(변호인 측이 제출한) 정황설명서는 합법적으로 작성된 자료가 아니다’라는 내용의 ‘정황설명서에 대한 회신’을 받아와 반박자료로 제출했다. 이 문서는 이 영사의 공증을 거쳐 검찰 측에 전달됐다.

두 문서에는 모두 ‘중화인민공화국 삼합변방검사참’이라는 관인이 찍혀 있고 육안으로는 똑같아 보인다. 그러나 대검 DFC는 ‘두 관인이 3군데가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사하다는 뜻의 ‘g(사)’ 글자에서다. 검찰이 제출한 것에는 日의 마지막 획에서 중간 부분이 끊어져 있다. ‘木’의 마지막 획도 검찰이 제출한 것은 끝이 약간 갈라져 있다.

문제는 앞서 주한중국대사관 영사부가 서울고법의 사실조회 요청에 “변호인이 제출한 문서들은 합법적인 정식 서류이나, 검찰 측에서 제출한 것들은 위조된 것”이라고 회신한 것. 중국대사관의 회신대로라면 변호인 측 문서와 다른 관인이 찍힌 국정원 측 문서가 위조된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동일한 관청에도 여러 개의 인장을 두고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어 양측의 관인이 다르다고 해서 위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국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두 문서에 사용된 관인이 다르다는 것과 문서의 진위는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검찰 진상조사팀에 “삼합변방검사참으로부터 받은 문서는 한국으로 치면 민원센터 혹은 정보공개청구 방식으로 얻은 것으로 위조됐을 가능성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일각에선 “중국대사관 측의 회신을 무조건 사실이라고 믿을 수는 없다”는 얘기도 나왔다. 윤 부장은 “관인 원본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게 위조됐다고 말할 수 없다. 원본은 중국에 형사사법공조를 요청해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 중앙정부의 공식 입장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 국정원 측 문서 최초 입수자는 조선족

검찰은 ‘정황설명서에 대한 회신’ 등 국정원 측의 문서들을 입수한 사람이 중국 국적 조선족인 것으로 파악한 상태다. 이 조선족 인사가 ‘삼합변방검사참’ 등에서 문서를 구해온 뒤 이를 국정원 측에 건넸다는 얘기다. 그는 이번 사태 이후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한국에 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오전 10시 이 영사를 소환해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이 영사는 전날 귀국해 국정원의 자체조사도 받았다. 검찰은 이 영사에게 ‘정황설명서에 대한 회신’ 문서를 입수한 경위와 공증 과정에서 문서의 진위를 파악했는지 등을 캐물었다. 중국대사관이 위조됐다고 밝힌 나머지 2건의 문서(‘출입경기록 조회 결과’와 ‘사실조회서’)를 입수한 과정도 조사했다.

한편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흥준)는 이날 열린 유 씨의 항소심 공판에서 다음 기일(28일)에 심리를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최예나 yena@donga.com·신동진 기자
#간첩 증거조작#서울시 공무원#간첩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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