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방위비분담금 505억 증액 9200억 ‘사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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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초안보다 800억원 낮췄지만 무기구매 등 ‘대가’ 요구할 가능성
예산편성 1년전에 받아 검증 강화… 집행과정 투명성 높인 것은 성과

한국 정부의 올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이 9200억 원으로 11일 확정됐다.

양측은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에서 미국의 요구액(1조 원대)보다 적지만 지난해 분담금(8695억 원)보다는 5.8% 늘어난 선에서 절충점을 찾았다. 분담금은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증가하는데 인상률은 4%를 넘지 않도록 합의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지난 5년의 연간 평균 인상액(273억 원)을 적용하면 2017년에 ‘분담금 1조 원 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1일 타결된 이 협상 결과에 대해 민주당은 12일 “사실상 미국에 백기를 든 것 아니냐”고 비판하며 국회 비준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지난해 7월 시작된 협상 초반 미국은 한국의 부담액이 ‘1조 원’을 넘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9000억 원대 초반을 제시한 한국과의 간극이 약 1000억 원이나 됐다. 그런데 미국은 11일 최종 협상에서 당초 제시액보다 800억 원 이상 낮은 금액에 합의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미국 협상단은 시퀘스터(미 연방정부 예산 자동 삭감 조항)를 들어 읍소하거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시점 재연기 요구 등 한반도 상황을 들어 압박할 수도 있었다”며 “그만큼 협상카드가 많았는데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공식 협상에서 전작권 문제는 거론된 적이 없다. 만찬 등에서 대화의 소재는 됐지만 전작권과 방위비는 직접 연결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구심은 남는다. 미국이 분담금 요구 수준은 낮춘 대신 무기 구매 등 다른 분야에서 반대급부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돈다.

국방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이 2010년 기준으로 연간 미군에 제공하는 토지임대료와 세금 면제, 공공요금 감면, 도로 항만 공항 이용료 면제 등 간접지원액은 8188억 원에 달한다. 이 액수에 올해 분담금 9200억 원, 카투사와 경찰 지원비용 등을 합칠 경우 한국이 부담하는 실질적인 분담금 규모는 2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 안팎에서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실질적 총액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분담금 협상이 진행되고 타결되는 ‘비정상적인 관행’은 청산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방위비 협상은 기본적으로 정무적인 협상이다. 어떻게 더하기 빼기를 해서 ‘9200억 원’이라는 숫자가 나왔느냐를 묻는다면 답이 없다”고 말했다.

단,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의 투명성을 높인 것은 작은 성과로 평가된다. 군사건설 대상 목록과 설계도, 사업설명서를 1년 전에 미국으로부터 제공받기로 합의됐다. 지금까지는 ‘1개월 전’에야 간단한 액수만 통보받아 사실상 검증이 불가능했다.

또 미국은 분담금 미집행 현황과 향후 사용계획서를 1년에 두 차례 한국에 제출하며 국방부는 이를 국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앞으로 군사건설은 현금이 아닌 현물지원만 이뤄지기 때문에 미집행금이 더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주한미군#방위비 분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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