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자 도우려다 협상카드 될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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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남조선 첩자’ 주장 억류자는 선교사 김정욱씨

북한이 ‘남조선 정보원 첩자’라고 주장하며 억류 중인 한국인은 북한 주민에게 식량 등 구호물품을 제공해 온 선교사 김정욱 씨(50·사진)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신원을 공개하지 않은 채 간첩으로 몰아가고 있어 억류 상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일 김 선교사의 가족과 중국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에서 북한 지원과 선교 사업을 해 온 김 선교사는 지난달 7일 압록강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갔다가 평양에서 국가안전보위부(한국의 국가정보원)에 붙잡혔다. 침례교 소속인 그는 본인이 단둥에서 보살피던 북한 주민들이 중국 공안에 적발돼 송환되자 이들의 생사를 확인하고 구호물품 지원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북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북한 내 연락책이 평양에 가면 송환 주민들을 만날 수 있다고 김 선교사를 꾀어 입북했다가 잡혔다는 ‘유인 납북설’도 제기됐다. 그와 함께 북한 지원 활동을 해 온 사단법인 푸른한국의 주동식 이사는 “다른 경로로 김 선교사가 북에 억류된 것은 확인했지만 체포 경위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단둥의 한 소식통은 “김 선교사가 붙잡힌 뒤 압록강변의 북한 초소 경비병 3명도 그의 입국을 도운 사실이 적발돼 체포됐다”고 말했다.

김정욱 선교사가 올해 초 중국 랴오닝 성 단둥 인근에 마련한 국수공장. 주동식 푸른한국 이사 제공
김정욱 선교사가 올해 초 중국 랴오닝 성 단둥 인근에 마련한 국수공장. 주동식 푸른한국 이사 제공
김 선교사는 2007년부터 북-중 접경지역의 한 지하교회에서 북한을 탈출했거나 친지 방문 명목으로 중국에 왔다가 일자리를 얻지 못한 북한 주민들을 모아 숙식을 제공해 왔다. 이들이 북으로 돌아가 생활할 수 있도록 여비와 각종 생필품을 지원하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북한에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단둥 인근에 사비와 후원금으로 소규모 국수공장까지 차렸다.

한국은 북한이 김 선교사의 신원을 확인해주지 않고 있어 아직까지 정부 차원의 공식 대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북한은 김 선교사의 석방 문제를 현재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배준호) 씨와 함께 대외 협상카드로 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화적 제스처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시기에 미국 정부를 향해서는 배 씨, 한국 정부를 상대로는 김 선교사의 석방을 앞세워 거래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 이정은 기자
#북한#억류#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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