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법 개정, 정국 새 뇌관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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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개정안 이른 시일내 제출”… 전병헌 “한심하고 개탄스럽다”
與 일각 “사과부터 해야” 쓴소리

국회의 주요 의사결정 때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개정 문제가 정국의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이란 지난해 18대 국회 때 여야 합의로 개정된 국회법 제85조를 말한다. 다수당의 강행 처리와 소수당의 물리적 저지에 따른 국회 폭력 사태를 막기 위해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동의 없이는 사실상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도록 했지만, 소수당의 발목잡기에 따른 법안처리 지연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다수결의 원리에 반한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실제로 최근 정부와 새누리당이 최우선 처리 법안으로 선정한 15개 법안은 민주당의 반대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 여당이 강조하고 있는 외국인투자촉진법이나 관광진흥법은 재벌 특혜 우려,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은 사행산업 확대 가능성을 이유로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민주당이 이들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으면 관련 법안은 본회의는 고사하고 관련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을 수도 없다.

이를 의식한 듯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3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이미 드러났듯이 국회 본연의 임무가 당리당략과 연결돼 이득을 보려는 투쟁의 도구로 전락했다”며 “다수결과 의회민주주의가 작동하되 그 과정에서 여야가 타협과 대화의 공간을 늘릴 수 있도록 국회법 개정안을 준비해 이른 시일 내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런 새누리당의 움직임에 대해 “한심스럽고 개탄스러운 작태”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은 틈만 나면 헌법소원 등을 통해 국회 무력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도 반대의 뜻을 밝혔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 법은 누가 도입한 것이냐”고 반문한 뒤 “(여야가 합의한) 그것은 뭐가 되느냐”고 비판했다.

야당의 반대와는 별개로 새누리당 내에서도 국회선진화법의 개정에 대해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오 의원은 “지금 와서 선진화법을 검토하려면 당시 이 법을 강행했던 사람들의 책임 있는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선진화법은 지난해 총선 당시 새누리당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이 의원은 반대 목소리를 냈으나 황우여 대표 등 많은 친박계 의원들의 찬성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5월 본회의 표결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이고 황 대표,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이주영 여의도연구원장 등 다수의 친박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당시 표결에서 기권했다. 당시 원내대표 자격으로 국회법 개정을 주도했던 황 대표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합의가 안 되는 것은 더 숙의하여 민생을 보살피는 국민 위주의 협치 정신을 바탕으로 국회 선진화의 길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의 논쟁과는 별개로 법 개정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기 위해선 선진화법에 따라 재적 의원 5분의 3의 동의가 따라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새누리당의 국회선진화법 개정 목소리가 이번 정기국회에 계류돼 있는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야당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길진균 leon@donga.com·황승택 기자
#국회#선진화법#여야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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