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 대상 세제혜택 줄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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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확대 여파… 정부 세수확보 비상
자녀장려세제 등 ‘중복 지원’ 축소

정부가 앞으로 모든 계층에 예산을 지원하는 복지사업을 할 때 이 사업과 겹치는 세금감면 정책에서는 고소득층을 배제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복지 재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복지지원 체계를 저소득층 위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제도를 바꾸는 과정에서 계층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어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정부 부처들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작성하면서 이런 내용의 재정건전성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내년 이후 예산사업과 세금감면 사업에서 중복 지원되는 부분을 가려 저소득층 위주로 세제 혜택을 재설계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복지 관련 사업에 재정을 투입하면 모든 소득 수준의 사람이 혜택을 받는데 세금을 깎아주는 비과세감면 제도마저 전 계층에 차별 없이 시행돼 고소득층이 복지 혜택을 과도하게 누리는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내년에 무상보육을 전 계층으로 확대하되 자녀를 둔 근로자가구에 지원금을 주는 자녀장려세제의 혜택을 총소득 4000만 원 이하인 가구로 한정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문제를 의식해서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는 중복 지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고 보고 내년에 추진할 세법 개정 과정에서 보육 이외 모든 분야에서 중복 지원이 있는지 분석해 세제를 다시 설계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셋째 아이에게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는 예산사업은 소득과 상관없이 내년에 1학년부터 시작해 2017년 전 학년으로 확대되는데 세제에서는 대학생 자녀를 둔 가구에 내년부터 900만 원 한도로 세액공제를 해준다. 정부가 셋째아이 등록금 지원사업과 대학생 자녀 세액공제를 유사한 지원이라고 판단하면 소득 수준에 따라 대학생 자녀에 대한 세액공제 폭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재정 전문가들은 이처럼 자녀 양육과 교육 분야에서 정부 재정지출이 급증하면 전 계층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자녀 양육비와 교육비 세액공제 등에서 소득에 따라 지원 폭을 달리하는 대책이 추진될 수 있다고 본다.

▼ 정부지원 받는 기업들, 설비투자 稅혜택 줄듯 ▼


기재부는 내년 세금 감면액은 33조2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4000억 원 줄어드는 정도지만 세제 재설계를 통해 전반적인 감면액이 크게 줄면 세수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해 기준 연봉 3억 원 초과인 고소득자 1명이 받는 소득세 감면액은 1184만 원으로 연봉 2000만 원 이하인 사람의 소득세 감면액 23만 원의 51배 수준이었다고 분석했다. 고소득층이 소득공제 제도로 중산층 이하인 사람보다 큰 혜택을 보는 만큼 세금감면 정책의 무게중심을 저소득층 쪽으로 조정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기재부는 이와 함께 기업이 정부 보조금으로 설비투자를 한 뒤 설비투자액만큼 다시 세액공제를 받는 현실이 불합리하다고 보고 제도 개편에 나설 예정이다. 일단 올해 세법개정안에 연구개발시설과 에너지절약시설 등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인하하는 방안을 넣어 기업에 대한 이중 지원 문제를 일부 해소하기로 한 바 있다.

기재부는 내년 이후 일몰이 도래하는 기업 관련 세제지원 제도를 예산사업과 비교해 더 정비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 지출정책과 세제지원책을 통합해서 분석하지 못해 비슷한 사업에 지원이 중복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런 비효율을 줄이면 재정건전성을 다소나마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고소득층 세제혜택#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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