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겸직 금지하는 국회법 개정안 의결… 내년 시행에 여의도 긴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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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안받는 동문회장도 못맡는다

국회의원의 대표적인 특권으로 지적됐던 겸직과 영리 업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국회법 개정안(겸직금지법)이 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에 따라 겸직하고 있는 국회의원은 내년 5월까지 해당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영리 업무의 경우에는 내년 8월 말 이전에 휴업 또는 폐업을 해야 한다.

▶본보 7월 3일자 A3면 교수겸직 금지, 새로 선출되는 의원부터 적용

국회의원들은 겸직 금지의 범위가 예상보다 넓은 데 대해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국회의원 임기 중 변호사나 회계사, 교수직을 겸해서는 안 된다’는 정도로 알고 있었다가 뒤늦게 자세한 내용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국회사무처가 1월 조사한 ‘19대 국회의원 겸직 현황’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다른 직책을 하나라도 겸직하고 있는 국회의원은 전체(300명) 3분의 1가량인 95명이다. 새 법의 영향을 받게 되는 의원이 상당히 많다는 얘기다.

새 법은 보수를 받든, 받지 않든 원칙적으로 겸직을 금지한다.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은 휴직 신고를 해야 한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월급을 받지 않더라도 대표, 사장, 이사 등의 직을 갖고 있으면 위법이 된다. 기업의 CEO로 등록돼 있는 새누리당 강기윤(일진금속), 김영주(유창중공업) 의원, 민주당 이찬열 의원(㈜화산PAP) 등은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법 취지에 맞게 병원을 매각할 생각이지만 지나치게 즉흥적으로 만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기업가 출신인 한 비례대표 의원은 “20년 동안 키워 놓은 기업에서 아예 손을 떼라는 건 너무 심하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지역구 내 조직의 장(長)이나 동문회나 체육회의 직함을 어떻게 정리할지도 의원들의 두통거리다. 국회 관계자는 “새 법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자기 이름을 딴 연구소의 연구소장은 물론 동문회장, 교우회장, 유치특별위원회 고문, 재단 이사장, 성씨(氏)연합회 중앙회 총재 같은 자리도 허용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원 중에는 이런 직위를 3, 4개씩 가진 경우가 적지 않다. 가령 새누리당 윤진식 의원은 충북 충주시 골프협회 등 8개 단체, 민주당 신장용 의원은 수원YMCA, 국민생활체육 수원시테니스협회 등 7개 단체의 직함을 갖고 있다.

“무보수 명예직이니 직위를 유지하게 해 달라”고 국회의장에게 신청할 수는 있다. 이 경우 국회의장은 윤리특별위원회 산하 자문위원회에 자문해 가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법의 취지를 염두에 둔다면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학 교수 출신 의원들도 술렁이고 있다. 현재는 휴직 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만 법 시행 이후인 20대 총선 때부터는 국회의원이 되려면 휴직이 아니라 아예 교수직을 버려야 한다. 휴직 중인 교수 출신 의원은 11명. 교수 출신의 한 의원은 “임기 4년의 국회의원 한번 하겠다고 교수직을 버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인재풀이 좁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국회법 개정안#의원 겸직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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