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책사업에 ‘숫자 표기’ 이유는 암호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7일 06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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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는 기념일이나 국책사업 등에 '숫자 표현'을 선호한다.

국가 기념일에는 날짜를 앞세워 숫자 표현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6·25(한국전쟁), 7·27(정전협정체결일), 9·9절(정권수립 기념일), 10·10절(노동당 창건일) 등 기념일을 숫자로 표현한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8·3인민소비품', '376군부대', '1호 도로', '9호 제품', '95호 공장', '65호 상점' 등 군대나 국책사업에 쓰이는 명칭에도 숫자를 앞세우는 것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그 뜻을 헤아리기가 어려워서다.

북한이 이해하기 어려운 숫자 표현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북한전문매체 뉴포커스에 따르면 북한이 정식명칭보다 숫자 표현을 널리 쓰는 이유는 그 의미를 불분명하게 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탈북자 이모 씨는 "북한은 숫자로 불리는 암호의 나라"라면서 "혜산시에는 '376군부대'가 있는데, 후방을 보는 군부대로 후열사업(물자보관 및 조달)을 하는 부대"라고 숨은 의미를 전했다.

또 다른 탈북자 한모 씨도 "북한에서는 '8·3인민소비품'이 있다"면서 "1984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주민을 위해 가내작업반에 다양한 소비품을 만들도록 지시해 만들어진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북한에서는 '8·3'이 질이 낮거나 사이비라는 부정적 의미로 변질, 여기서 파생된 말이 '8·3 군인(가짜 군인)', '8·3 부부(불륜관계)' 등이다.

이 밖에도 '1호 도로'는 북한 지도자 일가만이 다닐 수 있는 도로, '9호 제품'은 이들에게만 제공되는 가장 좋은 물건을 가리킨다. 또 군수품을 생산하는 '삼지연정밀기계공장'은 정식명칭보다 '95호 공장'이라고 불린다. 각 직할시마다 '65호 상점'이 있는데, 이는 북한 간부에게 담배와 술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숫자 표현이 빈번하다보니 북한 주민도 헷갈릴 지경이란다. 이 씨는 "주민들도 가끔 헷갈려하는 숫자를 굳이 고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숫자표현을 애용하는 이유로 그는 "북한은 폐쇄의 나라다. 당 대남공작 부서도 목적이나 사명을 숨기기 위해 숫자를 쓴다"면서 "북한은 숨길 것이 많으니 주민에게 알 권리를 주지 않으려고 암호를 쓰는 것"이라고 전했다.

백주희 동아닷컴 기자 ju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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