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vs 친박 ‘NLL 혈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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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 뭉친 친노, 靑직접겨냥 대반격
전열 정비 친박 ‘굴욕외교’ 부각 총력

“이번 논란의 핵심은 친노(친노무현)와 친박(친박근혜) 세력 간 충돌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1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논란에 대해 “친노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한 세력이라고 낙인찍히는 순간 정치적 생명이 끝나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반격할 수밖에 없고 친박은 이참에 국가 안보를 저버린 친노의 정치적 영향력을 최소화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당초 친박 진영에서는 회의록이 공개되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대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굴욕적인 자세, 아마추어리즘 등이 국민의 비판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회담 대표의 ‘격(格)’을 문제 삼아 남북당국회담을 무산시킨 당당한 외교와 대비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나아가 친박 일각에서는 “국군통수권자로서 굴욕적인 자세를 보인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는 세력이 사라져야 야당도 건전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친노 진영은 똘똘 뭉쳤다. 문재인 의원은 지난달 24일 회의록 공개 이후 자신의 트위터 등에 정부와 국가정보원 등을 공박하는 글 18건을 남겼고, 자신의 정치생명까지 걸었다. 침묵하던 이해찬 전 총리와 노무현재단도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며 총반격에 나섰다. 친노 진영의 총반격에는 자칫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실체적 진실로 굳어질 경우 친노의 정치적 재기 가능성이 희박해진다는 위기의식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국정원의 회의록 공개에 대한 절차 문제를 제기하며 정치적 의도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고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새누리당은 남재준 원장의 회의록 공개 이후 오히려 당내에서 공개 자체에 문제 제기를 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무성 의원의 대화록 대선 전 입수 발언 논란도 불거지면서 자중지란의 모습도 보였다. 여권 내부에서는 “친노와 전쟁이 붙었는데 싸울 생각은 안 하고 당이 도망갈 퇴로만 찾는다”는 한숨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친노 진영의 공세가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기보다 당 안팎의 수세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는 정도라 양측의 승부를 가늠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편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1일 회동을 갖고 국가기록원이 소장한 회담 회의록 원본 공개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열람만 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원본 및 회의 녹음파일 등을 어떤 방식으로 공개할지는 2일 양당 원내대표의 최종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동정민·민동용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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