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냐 강단이냐… 폴리페서 ‘낙장불입’ 고민 시작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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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쇄신특위 ‘교수겸직 금지’ 파장

국회 정치쇄신특위가 내놓은 국회의원의 ‘겸직 금지’ 조항이 국회의원 지형도를 바꿀지 주목된다.

19대 총선 당선자들이 지난해 총선 직후 국회 사무처에 등록한 겸직 신고 현황에 따르면 전체 300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96명이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정치쇄신특위가 ‘겸직 금지’로 못 박은 교수직을 가지고 있는 의원이 29명으로 가장 많다. 새누리당 소속이 17명, 민주당은 12명이다. 겸직 2위는 변호사로 모두 21명이 신고했다.

교수 국회의원들은 겸임, 외래, 초빙 교수 등 사실상 ‘명예직’ 교수가 많기 때문에 ‘겸임 금지’가 큰 부담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평생 학생을 가르치다 정치를 ‘겸직’하고 있는 10명의 ‘진짜’ 교수 국회의원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비례대표뿐 아니라 지역구 의원 가운데에도 새누리당 강석훈(성신여대), 박성호(창원대), 박인숙(울산대), 이종훈 의원(명지대) 등은 지난해 총선 전까지 국회가 아니라 대학이 일터였다. 이들은 특위안이 통과될 경우 교수를 선택할지, 계속 정치인의 길을 걸을지 선택의 기로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법안이 19대 국회의원들에게도 소급 적용될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특권 내려놓기’ 분위기 속에서 ‘사직’ 압력은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교수 출신 지역구 의원은 “특위안이 처리되면 교수직을 그만둬야 할 것 같은데 교수직을 버리고 재선에 도전할지, 평생 몸담았던 학교를 떠나야 할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벌써부터 20대 국회부터는 교수 출신 국회의원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4년 국회의원 생활을 하려고 많게는 65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교수직을 던지는 모험을 감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교수 출신 공천 신청자도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4월 19대 총선을 앞두고 무려 200여 명의 교수가 각 당에 출사표를 냈다. 114명이 새누리당에, 77명이 민주통합당에 교수라는 경력을 내걸고 공천신청서를 제출했다. 지금은 교수가 당선되면 ‘휴직’ 처리를 하면 되기 때문에 ‘밑져야 본전’이지만 앞으로는 이것이 불가능해진다.

‘전문성’ 때문에 공천을 받은 비례대표 의원들의 경우 논란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인 새누리당 김현숙(숭실대), 민현주(경기대), 신경림(이화여대), 안종범 의원(성균관대)과 민주당의 김용익(서울대), 홍종학 의원(가천대) 등은 ‘정책통’으로 각 당에 발탁된 케이스다.

비례대표의 경우 한 번만 국회의원을 하는 경우도 많고 본인이 ‘정치인’으로 남고 싶어도 지역구가 없을 경우 재선의 기회 자체가 막히는 상황에서 평생 몸담아온 직장을 던지라는 것은 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교수로 활동하다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한 의원은 “교수 출신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하던 일을 계속 이어가며 실제 정책까지 만들 수 있다는 점에 끌려 국회에 입성한 경우가 많다”면서 “교수직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권력을 남용하는 경우가 없는데 겸직 금지라는 이유로 평생 직장이던 학교를 떠나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길진균·권오혁 기자 leon@donga.com
#정치쇄신특위#교수겸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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