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强대强 대치 끝내야” 군사회담 저울질

  • Array
  • 입력 2013년 3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 남북긴장 출구전략 고심

“기습 도발 어림없다” 美공군 훈련
미 공군 F-16 전투기가 13일 미7공군 소속 51전투비행단이 주둔하는 경기 오산공군기지에서 훈련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F-16 전투기는 북한의 기습 도발에 대비하는 임무를 담당한다. 평택=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기습 도발 어림없다” 美공군 훈련 미 공군 F-16 전투기가 13일 미7공군 소속 51전투비행단이 주둔하는 경기 오산공군기지에서 훈련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F-16 전투기는 북한의 기습 도발에 대비하는 임무를 담당한다. 평택=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는 한반도는 요즘 시계(視界) 제로 상태다. 서로 치고받는 ‘말(言) 폭탄’이 언제 실제 폭탄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 국방위원회 산하 인민무력부는 13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괴뢰군부 호전광들의 광기 어린 추태는 청와대 안방을 다시 차지하고 일으키는 독기 어린 치맛바람과 무관치 않다”며 한국의 첫 여성 군 통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했다. 담화는 또 “이 땅에 이제 더는 정전협정의 시효도, 북남불가침선언에 의한 구속도 없다. 남은 것은 우리 군대와 인민의 정의의 행동, 무자비한 보복 행동뿐”이라고 위협했다.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박 대통령을 비판한 적은 있으나 북한 정부기관이 직접 비난에 나선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에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이날 “서해 5도 지역 등에 대한 북한의 국지 도발과 추가 핵실험, 로켓 발사 같은 전략도발의 가능성에 다각도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물밑으론 한반도 안보 위기 국면을 벗어날 남북대화 창구 모색 등 출구전략도 고심하고 있다.

○ 북, 남한의 긴장 풀리는 시점 노려


군 당국은 한미연합군사연습인 키리졸브가 끝나는 21일 직후나 천안함 3주기(26일) 이후에 북한이 기습적으로 도발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키리졸브 훈련이 끝나면 미군 증원 전력이 한반도에서 철수하게 된다. 북한으로선 한미 연합군의 대응타격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드는 것이다. 2010년 천안함 폭침도 키리졸브가 끝난 지 8일 만인 3월 26일 발생했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연평도나 백령도가 보이는 최전방을 잇달아 방문해 남측 도발 대상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오히려 ‘성동격서’ 전술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3월 하순이나 4월경 국지도발 대신 4차 핵실험이나 은하로켓 발사 같은 전략도발을 단행할 수도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망했다.

군 당국자도 “북한은 제2의 연평도, 제2의 천안함 사건을 일으키면 남한의 대응이 어느 때보다 강력할 것임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핵실험이나 로켓 발사 같은 전략도발은 한미 양국과 국제사회의 즉각적인 대처가 어렵고 실효적인 제재에도 한계가 있다고 이 당국자는 설명했다.

○ 정부 “긴장 벗어날 출구전략 모색”

정부는 북한의 예측불허 도발 위협에 다각도로 대처하면서도 한반도 안보 위기를 풀 실마리를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거친 말이 오가는 강대강(强對强)의 대치 국면이 지속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과거처럼 뭘 주기 위해 북한에 대화를 구걸하지는 않지만 남북 간 갈등을 풀기 위한 대화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격적인 남북 군사회담 제의를 비롯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도 13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실의 보고사항”이라며 “판문점 남북 직통전화는 단절됐지만 남북 간 군 통신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필요하면 이를 통해 대북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군 통신선을 통해 도발 자제 요청은 물론이고 이를 위한 군사회담 제의 가능성도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일정 기간 자제하면 남북관계 경색을 풀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 그 첫 번째 시도는 인도적 지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상황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북 메시지가 강경 대립보다는 긴장 고조를 막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윤완준·조숭호·손영일 기자 zeitung@donga.com
#군사회담#남북긴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