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로켓 엔진 잔해 추가인양… 노동미사일 엔진과 똑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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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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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軍 “北중-장거리 미사일 실체 규명할 결정적 단서”

군 당국이 서해 군산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북한 장거리 로켓의 엔진 잔해. 국방부 제공
군 당국이 서해 군산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북한 장거리 로켓의 엔진 잔해. 국방부 제공
북한이 12일 발사한 장거리 로켓(미사일)의 엔진 잔해가 추가로 인양됐다. 군 당국은 이 잔해가 북한이 보유한 중·장거리 미사일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결정적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28일 “군산 서쪽 160km 해상의 수심 80여 m 지점에서 26일부터 이틀간 북한 로켓의 엔진 잔해물 6점을 건져 올렸다”고 밝혔다. 인양된 엔진 잔해 중 가장 큰 것은 폭이 약 60cm, 길이가 약 120cm로 해수면에 추락하면서 충격으로 많이 손상된 상태였다.

이에 앞서 해군은 14일 같은 해역에서 1단 추진체의 산화제통을, 21일엔 연료통과 연료통 하단부, 엔진 연결링 등을 각각 건져 올렸다. 군 당국이 수거한 북한 로켓 잔해는 모두 10여 점이다.

군 당국은 엔진 잔해를 국방과학연구소(ADD)로 옮겨 민·군 기술진이 참여한 가운데 정밀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군 고위 당국자는 “북한 장거리 로켓의 1단 추진체 엔진은 개량형 노동미사일의 엔진 4기를 묶어서 제작됐다”며 “사상 처음으로 노동미사일의 엔진 실물을 조사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이 엔진 잔해 발견이 북한 미사일의 성능과 위력을 파악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엔진 추진기관 내부의 연소기와 분사기, 터보펌프 등의 구조를 뜯어보면 북한의 로켓 기술 수준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엔진의 내부엔 속도 및 자세 제어용 조절기가 포함돼 있어 이번에 건져 올린 잔해에서 이 장치가 발견될 경우 로켓이 우주발사체라는 북한의 주장이 터무니없음을 밝혀낼 수 있다.

북한 로켓의 1단 추진체 핵심 부품들을 거의 모두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해군의 첨단장비와 심해잠수사 요원들의 한 치 오차 없는 탐색 인양작전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잔해 탐지의 일등공신은 해군 기뢰탐색함에 장착된 사이드스캔소나(음향탐지기)였다. 이 장비는 수심 80여 m의 펄 속에 가라앉은 로켓 잔해를 찾아내 인양작전의 단초를 제공했다.

인양작전의 주역은 해군 구조함인 청해진함과 해난구조대(SSU) 소속 심해잠수사 대원들.


1996년 실전 배치된 청해진함은 수심 300m까지 도달할 수 있는 심해잠수장비와 심해잠수구조정을 탑재하고 있다. 고도의 정밀성이 요구되는 인양작전 도중 배의 움직임을 방지하는 자동함위유지장치, 제자리에서 방향을 바꿀 수 있는 함수추진기, 크레인 등도 갖췄다.

청해진함은 1998년 동해안으로 침투하다 그물에 걸려 좌초된 북한 잠수정을 예인했고, 1999년 3월엔 전남 여수 해안으로 침투하다 해군 초계함에 격침돼 수심 150m에 가라앉은 북한 반잠수정을 인양했다. 당시 인양 기록은 기네스북에 올랐다. 이후 2002년 제2연평해전 당시 침몰한 해군 고속정을 건져 올리는 등 각종 인양작전에 투입됐다.

얼음장 수온에 육상의 몇십 배 압력이 도사린 컴컴한 바닷속으로 들어가 잔해에 인양 케이블을 연결하는 위험천만한 임무를 완수한 심해잠수사 요원의 공도 컸다. 이들은 서해 훼리호 침몰사건(1993년)과 충주호 유람선 화재사건(1994년) 등 해상 조난사고는 물론이고 제2연평해전의 고속정 인양 같은 군사작전에도 참여하는 등 풍부한 경험을 갖췄다.

요원들은 특수 잠수장비를 착용하고 생명선에 의지한 채 산소와 헬륨이 섞인 혼합기체를 공급받으며 심해로 내려가 엄청난 압력 때문에 생기는 관절의 통증을 감수하고 작업해야 한다. 심해잠수를 마치면 압력 적응을 위해 감압격실에서 외부와 차단돼 10일 이상 지내야 한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로켓#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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