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 우세” 떠도는데… 혼란 키우는 여론조사 깜깜이 규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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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 키우는 여론조사 깜깜이 규정

당신의 선택은? 18대 대선을 이틀 앞둔 17일 초박빙 승부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의 한 유세장에 모인 유권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선후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당신의 선택은? 18대 대선을 이틀 앞둔 17일 초박빙 승부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의 한 유세장에 모인 유권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선후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한 여론조사기관에 근무하는 A 씨는 17일 제조업체 영업직원인 고교 동창으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 바로 전날 자신의 팀이 담당해 실시한 대선 여론조사 결과가 고스란히 메시지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동창은 “이게 너희 회사 조사 결과가 맞느냐”고 물었다.

사내에서도 자신을 포함한 극소수만 알고 있는 사실을 일반인이 알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 확인해 보니 며칠 전부터 언론사나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각종 조사 결과가 거의 실시간으로 문자메시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었다. 이 중에는 실제 조사 결과와 다른 내용도 적지 않았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13일부터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는 언론 등을 통한 공표가 금지돼 있다. 그러나 이처럼 SNS 등의 발달로 여론조사 결과가 공공연히 확산되는 것을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어졌다. 오히려 ‘깜깜이 선거 기간’ 동안 유권자의 궁금증만 커지도록 해 확인되지 않는 정보만 양산하고 선거 막판 유권자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미국 영국 등은 여론조사 공표에 대한 제한이 전혀 없다.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때 조사 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할 의무가 없어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캐나다와 뉴질랜드는 선거일에만 투표 마감시간 이전의 여론조사를 금지하고 있다. 한국처럼 선거일 전 일정 기간의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는 나라는 스페인(5일 전), 멕시코(8일 전) 정도밖에 없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규정을 둔 것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잘못된 여론조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투표일에 임박해 신뢰도가 떨어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난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선두 후보에게 표가 쏠리는 ‘밴드왜건(bandwagon) 효과’나 약자가 강자를 이겨주기를 원하는 ‘언더독(underdog) 효과’ 등으로 민심이 왜곡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시기를 언제부터 할 것인가에 대해선 논란 끝에 2005년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이 ‘투표 전 22일’에서 현재의 ‘투표 전 6일’로 단축됐다.

○ 깜깜이 판세 속 후보 진영도 속 태워

마지막으로 공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가 0.4%포인트 정도 이기는 결과도 있었지만 대체로 박 후보가 1∼7%포인트 정도 앞섰다. 그러나 공표 금지 기간 동안 비공식적으로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이 격차가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각 당의 주장과 전문기관의 판세 분석에 따르면 박-문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1∼2%포인트 차로 혼전을 벌이고 있다. 비공개 여론조사에선, 조사 결과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있어 여론조사 자체의 공신력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까지 각종 여론조사 분석을 종합하면 이번 대선은 초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표율을 70% 안팎으로 가정하면 1%는 28만 표 정도다. 1% 안팎에서 승부가 정해질 경우 사상 최소 표차로 이번 대선의 승자가 정해질 수도 있다. 1987년 직선제 부활 후 역대 대선의 최소 표차는 1997년 39만여 표였고, 2002년은 약 57만 표로 승부가 갈렸다.

두 후보 측은 서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19일 개표를 하면 5% 정도 앞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후보 측도 이미 박 후보를 역전한 ‘골든 크로스’를 이뤘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측은 내심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막판 돌출변수가 초박빙 승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두 후보는 물론이고 캠프 관계자들도 모두 당선자가 최종 확정되는 순간까지 긴장을 풀 수 없는 상황이다.

박 후보 측은 SNS 불법선거 의혹의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은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역전패한 기억이 있어서 작은 사건 하나만 터져도 가슴을 졸이는 상황이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후보의 사퇴도 신경 쓰인다. 박 후보 측은 이 전 후보 지지층이 모두 문 후보에게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이 전 후보 지지층의 향방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문 후보 측은 투표율에 승패가 달렸다며 2030세대 투표율 끌어올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체 투표율이 70%만 돼도 문 후보가 유리하다는 얘기도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70%대 중반은 돼야 안심할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를 위해선 2030 투표율이 70% 정도는 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민주당이 젊은층의 투표율에 영향을 미치는 선거 당일 날씨 예보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김기현·손영일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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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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