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유신 평가는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아버지 말에 다 함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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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6 이어 유신도 “역사 판단에 맡겨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체제에 대해서도 5·16군사정변에 이어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박 후보는 10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유신에 대해 많은 평가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당시 아버지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고까지 하시면서 나라를 위해서 노심초사했다”면서 “그 말 속에 모든 것이 다 함축돼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 출마 이후 유신체제에 대해 박 후보가 의견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는 박 전 대통령이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사석에서 한 말로 알려져 있다. 박 후보는 박 전 대통령 스스로 유신의 공과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환기시키려는 취지로 이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 측은 “박 전 대통령의 말은 경제 번영과 독재에 대해 후대 평가에 맡기고 국가만 보고 일하겠다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아버지 3주기 때 어느 재미작가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한반도가 박 전 대통령을 만들어간 방법과 또 박 전 대통령이 한반도를 만들어간 방법,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생각해야만 바른 평가가 나온다고 썼다”고 했다. 이에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유신의 불가피성에 대한 견해를 거듭 묻자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된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박 후보는 유신체제의 대표적 비극으로 거론되는 ‘인민혁명당 사건’에 대해서도 “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면서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겠느냐는 답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유신) 당시 피해를 입으신 분들 또 고초를 겪으신 분들에 대해선 딸로서 사과를 드리고 또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제가 노력해 가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손 교수의 박정희 시대 평가에 대한 질문 세례에도 ‘역사의 몫’으로 돌리겠다는 뜻을 밝히며 과거사 논쟁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과거사 논쟁 보다는 차기 지도자로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전에도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의 역사관이 오랫동안 형성된 만큼 앞으로도 진전된 과거사 발언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후보가 정치 입문 전인 1990년 5월 ‘박정희 대통령·육영수 여사 기념사업회장’의 자격으로 아버지에 대한 재평가를 위해 펴낸 ‘겨레의 지도자’를 보면 과거사 논쟁을 대하는 그의 생각을 일부 엿볼 수 있다.

박 후보는 직접 쓴 서문에서 “조국의 지나온 자취, 즉 역사를 알고자 하는 것은 자신을 알고자 함이며 그 역사를 외면, 왜곡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외면, 왜곡, 부정한다는 얘기”라고 했다.

또 “결과만이 진실을 가려낼 수 있는 척도”라면서 “정치란 그 시대가 주는 모든 국가적 문제를 주어진 여건과 풍토에 맞춰 효과적으로 헤쳐, 풀어, 이루어 나가는 능력”이라고 글을 마쳤다. 이는 박 후보가 이날 과거사 논란에 대해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지금 시대에 우리에게 주어진 일, 사명에 대해서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이는 것”이라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김창종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박정희 시대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뜨거웠다. 김 후보자는 5·16군사정변에 대해 “쿠데타 성격이 강하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생각한다”, 유신헌법에 대해선 “위헌적 요소가 곳곳에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한편 박 후보는 이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홍재철 목사, 한국교회연합 김요셉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영주 목사, 천주교 정진석 추기경 등 종교계 지도자를 잇달아 예방해 국민대통합 행보를 이어갔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박근혜#유신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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