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일감 몰아주기에도 계열사 지분 매각명령”… 위헌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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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부과 현행법 개정”… 불공정 행위 재발 차단
재계 “비상식적 조항… 외국社에 일감 넘기라는건가”

새누리당 의원들이 대기업의 불공정거래와 관련해 적발된 행위뿐만 아니라 재발 가능성까지 원천적으로 막는 법안을 추진한다.

새누리당 소속 전현직 의원 30여 명이 참여한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17일 담합, 일감 몰아주기,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에 대해 사후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방향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에 뜻을 모았다. 이르면 이번 주 이종훈 의원의 대표 발의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된 행위에 한해 중단시키고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한 현행법은 단편적인 규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모임은 법에 열거된 7가지 불공정거래 행위 가운데 일감 몰아주기 등 6가지에 대해 ‘위법행위에 대한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 문구를 명시적으로 추가하기로 했다. 현 조항에는 6가지 행위에 대해선 공정위가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7가지 행위 중 ‘기업결합 제한 및 경제력 집중 억제’와 관련해선 이미 주식 처분 명령 등을 통해 재발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에 구체적인 조치가 명시되진 않지만 공정위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주식 처분이나 회사 분할까지 포함한 강력한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예컨대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가 적발되면 앞으로 이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계열사 지분 매각을 명령할 수도 있다. 최근 사례로 보면 공정위가 계열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일감을 몰아준 SK그룹 7개 회사에 과징금 346억 원을 부과했는데 과징금에 그치지 않게 되는 셈이다.

정치권이 지분 매각까지 거론하는 데 대해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행정기관이 사기업의 지분 매각까지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법의 안정성을 해치는 조치”라고 말했다. 이철행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계열사 지분도 하나의 재산권인데 이를 정부가 ‘매각해라 마라’ 할 수는 없다”며 “정부의 권한을 넘어선 일이고 헌법상 보장된 자유민주주의에도 맞지 않는 비상식적인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대기업들은 법이 개정되면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시스템통합(SI) 계열사 등이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I란 기업의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해주는 사업으로 삼성SDS, SK C&C, LG CNS 등 대기업 계열사가 그룹 내 물량의 70∼80%를 맡는다. 한 대기업 간부는 “SI 사업의 특성상 경쟁사에 물량을 넘겨줄 수는 없고, 역량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에 주기도 어렵다”며 “결국 IBM 같은 외국 기업에 맡겨야 하는데 그게 정치권이 원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새누리당#불공정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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