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지령 받은 주범, 묵비권-혐의 부인… 간첩 행태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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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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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PS 교란 기술 北에 넘기려한 2명 구속

최첨단 군사기밀을 빼내 북한에 넘기려 한 혐의(국가보안법상 간첩죄)로 구속 수감된 이모 씨(74)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도 철저히 간첩과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30일 “주범 이 씨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해 조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혐의를 시인하지 않을 수 없는 확실한 물증을 들이대지 않는 한 일체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수사당국에서의 진술 자체도 투쟁의 한 과정으로 여기는 간첩 등의 행태와 비슷하다는 게 수사 관계자들의 얘기다. 반면 뉴질랜드 교포인 공범 김모 씨(56)는 비교적 순순히 자신의 혐의를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1994년부터 대북 교역을 해왔다. 그는 고사리 도라지 송이버섯 등 농산물과 평양소주 등을 북한에서 수입해 국내에 판매했으며 2005년에는 30억 원을 들여 북한에 생수 공장을 세우고 ‘강서청산수’라는 상표로 남한에 들여와 판매하기도 했다. 이 씨는 대북 교역을 하면서 통일부의 승인을 받아 북한을 수차례 방문했다. 경찰 관계자는 “북한도 간첩죄로 수감돼 비전향장기수였던 이 씨에게 각종 이권을 주면서 그를 이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2000년 뉴질랜드 국적을 얻은 김 씨는 이 씨의 지시를 받아 각종 군사 장비 정보를 수집해 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김 씨에게 보낸 e메일에는 ‘현품을 구해줄 수 있느냐’는 내용도 있다”며 “이들이 실제 장비를 구해 넘기려고 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가 비전향장기수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전향장기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전향장기수는 과거 국가보안법이나 반공법, 사회안전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돼 7년 이상의 형을 복역하면서도 사상을 전향하지 않은 장기수를 말한다. 광복 이후와 6·25전쟁 당시 빨치산이나 인민군 포로, 6·25전쟁 이후 북한에서 남파된 정치공작원 등이나 남한의 자생적인 반체제 운동가 출신도 있다.

현재 감옥에서 복역하고 있는 비전향장기수는 없다. 김대중 정부 때 이미 사면을 통해 모두 출소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출소한 비전향장기수에 대해서도 당국 차원에서 별도로 관리는 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비전향장기수에 대해 별도의 관리 규정이 없다”며 “예전에는 비전향장기수의 재범 위험성에 대해 경찰이 동향파악을 하긴 했었지만 문민정부인 김영삼 정부 들어서면서부터 인권 침해 등 논란이 빚어져 모두 없어졌다”고 말했다.

비전향장기수는 2000년 8월 기준으로 88명이 있었다. 당시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조성된 남북화해 무드로 본인의 희망에 따라 63명이 북한으로 송환됐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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