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남희]속시원히 듣고 싶다, 대한민국을 인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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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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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희 정치부
이남희 정치부
종북 문제에 대한 통합진보당 당권파 인사들의 ‘말 돌리기’ 수법이 점입가경이다.

통합진보당 이상규 당선자는 22일 TV토론회에서 한 시민논객이 북한 인권, 북핵, 3대 세습에 대한 생각을 묻자 ‘사상 검증’ 운운하며 답을 하지 않았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그는 25일엔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일방적으로 죄악시하는 식으로 얘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뭔가 답을 하긴 했지만 문제가 있다는 건지 없다는 건지 여전히 알쏭달쏭하다.

경기동부연합의 ‘몸통’으로 불리는 이석기 당선자의 ‘동문서답’도 수준급이다. 그는 얼마 전 TV 인터뷰에서 주체사상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나는 민주주의를 지향한다”고 했다. 그가 지향하는 민주주의가 어떤 민주주의인지 시청자들은 도통 알 수가 없다. 북한도 스스로 민주주의 국가를 자처한다. 북한의 공식 국가 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아닌가.

사실 통진당을 장악해온 NL(민족해방)계 당권파 인사들은 이전에도 북한 문제만 나오면 애매한 태도로 일관해 왔다. 2010년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라디오에서 “6·25가 남침이냐 북침이냐”는 질문에 “역사적인 논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좀 더 치밀하게 생각해서 나중에 답을 드리겠다”고 비켜간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전 대표는 아직까지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 문제가 부각될 때마다 이들이 내세우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다. 이상규 당선자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공직자가 자신의 사상을 밝혀야 할 의무가 있느냐. 공직자든 아니든 사상과 양심의 자유는 헌법에도 보장돼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상식을 갖춘 대한민국 국민 중에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근대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요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과 공직자가 자기 국가관을 밝히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국민은 자신들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알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통진당 새로 나기 특별위원장인 박원석 당선자는 2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다고 해서 국가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현충원 참배식 권유는 부당한 강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역시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많은 국민이 통진당 당권파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속 시원히 듣고 싶은 것은 딱 한 가지다. 대한민국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으로서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인정하는지, 부인하는지.

이남희 정치부 irun@donga.com
#통합진보#종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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