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로켓 추적, 더 빨리 더 정확히” 韓美日 자존심 건 감시작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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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北 광명성3호 발사때 3국 대북공조속 추적 경쟁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장거리로켓 발사를 거듭 천명한 가운데 한국과 미국, 일본 정부는 최신예 장비를 총동원해 북한 로켓을 추적하는 공동 작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2009년 4월 북한이 동해 쪽의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기지에서 장거리로켓을 발사했을 때도 한미일 3국은 대북 공조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누가 먼저 발사 순간을 포착하고 비행궤적과 탄착지점을 정확히 추적하느냐’를 놓고 자존심을 건 경쟁을 벌였다.

우선 한미일 모두 이달 말 해군 이지스함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기지 쪽인 서해와 북한이 쏜 로켓이 지나갈 것으로 보이는 남해에 집중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스함의 첨단 다기능위상배열레이더는 500∼1000km 밖의 항공기나 음속의 8배 이상으로 비행하는 탄도미사일의 궤적과 탄착지점을 실시간으로 추적 감시할 수 있다.

3년 전에도 북한이 장거리로켓을 발사하기 10여 일 전부터 미국과 일본은 각 2척, 한국은 1척 등 총 5척의 이지스함을 동해에 배치해 대북 감시에 들어갔었다.

한국 해군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7600t급)에는 미국이나 일본 이지스함의 레이더보다 성능이 뛰어난 최신예 SPY-1D(V) 레이더가 탑재돼 있다. 이 레이더는 최대 1024km 밖의 목표물 1000개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다. 실제로 3년 전 세종대왕함은 미국과 일본 이지스함보다 먼저 발사 순간을 포착해 비행궤적과 탄착지점까지 정확히 추적했다.

[채널A 영상] 北 로켓발사 발표에…日 “미사일이 일본 향하면 요격”

미국은 동창리 기지에서 나오는 추적 레이더 신호를 포착하고, 북한 지휘부의 기지 간 무선교신을 감청할 수 있는 RC-135S ‘코브라 볼’ 정찰기를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로 이동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정찰기는 2006년 7월과 2009년 4월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때도 한 달 전부터 가데나 기지로 이동해 북한의 동향을 정밀 추적했다. 아울러 한국군의 백두·금강 정찰기와 주일미군의 EP-3 전자정찰기, 주한미군의 U-2 정찰기는 서해 상공에서, 미국과 일본의 첩보위성들은 우주공간에서 동창리 기지의 동향을 샅샅이 훑게 된다.

특히 고도 3만6000km의 지구 정지궤도에 떠 있는 미국 조기경보위성(DSP)은 적외선 감지기로 로켓 추진체가 점화되면서 발생하는 화염과 버섯구름을 포착해 북미방공우주사령부(NORAD)로 통보한다. 아울러 수백 km 고도에서 직경 15cm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미국의 KH-12 위성은 장거리로켓 부품을 실은 열차의 이동상황을 감시할 수 있다.

한국은 2009년과 비교해 이지스함이 한 척 늘었고, 공중조기경보기 ‘피스아이’까지 갖춰 북한 장거리로켓 추적 능력은 2배 이상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군 관계자는 19일 “북한이 다음 달 장거리로켓을 발사하면 미국, 일본보다 앞서거나 거의 동시에 포착해 비행궤적을 추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장거리로켓의 요격 능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로켓 요격 수단은 이지스함과 육상기지에서 각각 발사되는 SM-3 미사일, 패트리엇(PAC-3) 미사일이지만 한국은 둘 다 갖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만약 북한의 미사일 잔해나 추진체가 영토로 떨어지더라도 제한적인 탄도탄 요격 능력을 갖춘 구형 패트리엇(PAC-2) 미사일에 의존해야 한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두 가지 요격 수단을 모두 실전배치했다. 일본이 2009년에 이어 이번에도 “북한 로켓이 일본 영토로 접근하면 요격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추적과 요격 능력을 다 갖췄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다음 달 장거리로켓 발사를 강행할 경우 한국형 미사일요격체계(KAMD)의 조기 구축 등 독자적인 미사일 요격 능력을 서둘러 갖춰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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