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2012 4·11총선]새누리-민주 복지정책 공약 검증

  • Array
  • 입력 2012년 3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새누리 89조-민주 164조 필요… “세금 안올리고 가능할지 의문”


여야의 4·11총선 공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정책 공약 대결도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여야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복지 공약을 남발하는 경우도 있어 일각에선 포퓰리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새누리당은 14일 2013년부터 5년간 최대 89조 원이 소요되는 복지 공약을 발표했다. 0∼5세 양육수당의 전 계층 지원 등 보육 분야(28조2000억 원)를 강화한 ‘박근혜식 보편적 복지’가 핵심이다.

새누리당이 이날 발표한 복지 공약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로 요약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연상케 하는, 연령대별로 차별화된 복지 정책을 내세운 게 특징이다. 양육수당 확대 외에도 고등학교 무상·의무교육 단계적 확대, ‘노인 근로장려세제(EITC)’ 도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노인 EITC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노인 중에서 연소득 1300만 원 이하인 만 60세 이상 노인에게 연 최대 70만 원을 지급하려는 것으로, 노인들에게 직장을 구하도록 독려하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복지 공약 실현에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총 89조 원이 소요된다고 추산했다. 여기에는 복지 정책 실시 과정에서 수반되는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투입되는 13조7000억 원이 포함돼 있다. 재원 조달 방안으로는 국채 발행 등 나랏빚을 추가로 내지 않는 것을 전제로 △주식양도차익 과세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 인하 △파생금융상품 증권거래세 과세 △비과세·감면 대상 정비(1% 축소) △건강보험 수가구조 합리화 등을 제시했다.

민주당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164조7000억 원이 들어가는 복지 정책을 지난달 발표했다. 기존의 ‘3+1’(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반값등록금)에 장기공공임대주택 확충 등 주거복지와 대기업 청년고용 의무할당제를 비롯한 일자리복지 정책을 더한 이른바 ‘3+3’ 정책이다.

민주당이 제시한 복지 정책을 집행하려면 연평균 약 33조 원이 필요한데, 이는 정부 1년 예산(2012년 기준 325조4000억 원)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민주당은 국채 발행이나 세금 신설 없이 재정, 복지, 조세 등 3개 분야의 개혁만으로 165조 원을 충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3개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개혁 계획은 제시하지 않은 만큼 ‘부자세’ 등 대대적인 세금 인상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복지 정책에 대해 포퓰리즘 논란이 강하게 제기되자 일부 수정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한다. 고졸 청년들에게 4년제 대학 재학생이 받을 반값등록금 혜택에 해당하는 1200만 원(300만 원×4년)을 지급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국가재정 여건이나 정책 효과를 따져볼 때 이 정책은 총선 공약으로 채택하기 어려울 것이란 말이 당내에서 흘러나온다. 사병으로 군 복무를 마치면 ‘사회복귀 지원금’ 명목으로 63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약속도 마찬가지다. 현금이 아니라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복지포인트 형식으로 지급하고 대학등록금 납부 등으로 용도를 제한할 것이란 수정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은 특위가 발표한 정책을 바탕으로 이달 중 ‘3+3 복지 공약’을 최종 확정한다.

여야의 복지 정책과 재원 계획에 대해 전문가들은 “취지는 좋지만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동아일보 매니페스토 평가단의 서창진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새누리당 복지 공약에 대해 “보험재정 지출구조 개편 또는 수가제도 등의 획기적인 전환이 없이는 건강보험 제도 개혁을 통한 재원 마련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인기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주당의 재정 계획에 대해 “재정개혁으로 연평균 12조 원을 절약하겠다는 것은 ‘이상’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양당 모두 복지국가를 국가 비전으로 제시했지만 이에 따르는 조세 부담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천문학적 규모의 재원이 들어가는 만큼 장기적인 조세 개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