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출신 정치권 진입… “정당정치 한계 보완” vs “비판견제 기능 약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시민단체 출신 정치권 진입,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민운동 출신 인사들이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등장한 것은 1996년 15대 총선부터다.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선우숙 씨(박사과정)의 2006년 논문 ‘NGO출신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 연구’에 따르면 시민사회단체 출신은 15대 총선에서 59명이 당선됐고 16대 78명, 17대 115명, 18대 113명으로 늘었다. 시민단체 경력이 곧 정치권으로 가기 위한 ‘예비코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시민운동가들이 정치권으로 진출하기 좋은 이유는 ‘개혁적이고 전문적인 이미지’를 갖췄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권자들이 ‘기존 정치인들은 권력 획득을 통해 사익을 추구한다’고 보지만 ‘시민단체 출신은 공익을 위해 일해 왔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다만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정치권 진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시민단체 출신이라면 충실한 정책 대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권력을 추구하다 보면 시민단체도 순수성을 잃을 수 있다’는 비판이 맞선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쪽에서는 기존 정당 질서의 ‘창조적 파괴’를 꼽는다. 임 교수는 “지역구 중심의 정당정치가 해결할 수 없었던 시민들의 욕구를 여성주의, 환경, 인권 등 다양한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역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제도권 정치로 진입하는 인력풀이 넓어지는 장점도 있다. 총선 예비후보 직업별 순위에서 볼 수 있듯이 기존 제도정치권으로 진입하는 통로는 정당인 법조인 학계, 그리고 공직자 등이 주를 이뤘다. 최진우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시민단체에서 전문성을 키운 인사가 국가에 기여할 능력이 있어 제도권 정치 진입을 노리는 것은 법조인이 정계에 입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오히려 시민단체 출신이 기존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순수한 동기와 도덕적 사명감으로 열심히 일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시민단체가 직접 정치에 뛰어들면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 기능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핵심이다. 시민단체 내부에서도 정치권 진출 문제를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시민단체 활동이 자칫 정치권 진출을 위한 ‘발판’ 또는 특정 정당의 ‘2중대’로 비치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많은 예비후보를 배출한 YMCA전국연맹 이필구 정책사업국장은 “YMCA가 1990년대부터 시민운동 환경운동 지방자치 문제 등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 자연스럽게 정치에도 관심이 많은 것”이라면서도 “YMCA가 자체적으로 후보를 내는 것은 금기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했지만 취임 이후 우리 단체가 오 시장을 가장 강하게 비판해 권력 견제 본연의 기능에 충실했다”고 말했다.

시민운동가들이 정치권으로 빠져나가면서 활동 자체가 부실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진보학자인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달 ‘창비주간논평’을 통해 “모두 정치에 나서면 소는 누가 키우냐”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정치에 뛰어든 사회운동가들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고 자기 자신만 권력자가 돼 사회현장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을 20여 년간 수없이 봐 왔다”며 “시민운동가 대다수는 지역이나 전문분야에 남아 중앙 제도정치로 진출한 동료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