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여야 증세정책 봇물…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나

  • Array
  • 입력 2012년 1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부자때리기式 증세땐 사회갈등만 유발”

여야가 총선 승리의 핵심 공약으로 복지 확대를 주창하면서 복지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지금보다 더 걷어야 한다고 경쟁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소득세와 법인세 과세표준 최고구간의 세율을 높이고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겠다는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했다. 한나라당도 증세(增稅) 기조를 분명히 했다. 현실적으로 증세가 이뤄질 경우 소득세 세율인상이 최우선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법인세 비과세·감면이나 부동산 보유세, 금융세제 개편 논의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복지 확대를 위해 일정 부분 증세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고소득층 등 특정 계층에 세(稅) 부담을 집중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 고소득자 소득세 더 내야 할 듯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은 30일 “조세부담률을 2017년에 21.5%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1% 부자 증세를 통해 99% 국민의 세금은 늘리지 않고 복지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19.3%인 조세부담률이 2%포인트가량 올라가면 연 세수가 25조 원 정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민주당은 △소득세 과표 1억5000만 원 초과구간 신설 38% 세율 적용 △법인세 최고구간 25% 세율 적용 △부동산 보유세 증가 및 금융소득 과세기준(현행 4000만 원) 하향 조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 재벌기업의 법인세 감면폭을 대폭 줄이는 ‘재벌세’ 도입도 논의 중이다.

한나라당도 증세에 반대하지 않는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산하 정책쇄신분과 위원장은 “여유 있는 사람이 세금을 더 부담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공통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 소득·법인세 최고구간 감세에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었고, 고소득자의 금융자산 양도소득세를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을 감안할 때 증세 논의는 우선 고소득층 소득세율 인상으로 모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간접세를 건드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금융과세는 파생상품거래세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주식 양도소득세 등 근본적인 부분에서 여야 모두 구체적인 안이 아직 없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비중은 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9%)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33개 OECD 회원국 중에서도 29위에 머물고 있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우리나라는 소득세 재분배 기능이 워낙 약하고 세수 전체에서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작다”며 “소득세에 손을 대야 제대로 된 증세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 법인세-부동산 보유세도 타깃 될 듯

법인세와 부동산 보유세도 증세 논의가 이뤄질 개연성이 높다. 법인세의 과표 2억 원 초과구간 세율은 22%지만, 각종 투자·고용 관련 공제를 감안하면 실질세율은 10%대에 그친다. 2008년 감세논의 당시 법인세 감세(5년간 13조1550억 원)가 소득세 감세(11조9090억 원)보다 컸던 만큼 되돌릴 여지도 높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재정학)는 “단순히 세율을 높이는 게 아닌 법인세제 전반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보유세는 최근 국토해양부의 공시가격 현실화로 부담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거래세에 비해 지나치게 세율이 낮고, 부의 재분배 효과가 큰 세목이라는 점에서 증세의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과거 종부세와 같은 형태의 부동산 보유세가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이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점 등을 들어 적정 수준의 세 부담 증가는 복지 재원 확충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증세 논의가 ‘부자 때리기’ 식의 징벌적 증세 수준에서 이뤄질 경우 사회 갈등만 유발하고 국가재정 확충이라는 원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 확정된 ‘과표구간 3억 원 초과 소득세 38%’로 확보한 세수는 고작 7700억 원으로 올해 전체 예산(325조4000억 원)의 0.23%에 불과하고 민주통합당 안대로 과표구간 1억5000만 원을 신설해도 세수증대 효과는 1조 원 안팎에 그친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