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총제 이어 ‘연기금 주주권’… 재벌 겨눈 與 비대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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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주께 재벌개혁안 발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20일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포함한 재벌개혁 방안을 마련해 이르면 다음 주에 발표하기로 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전날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가 대기업의 사익을 위해 남용되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으로 비대위가 본격적으로 재벌개혁의 칼을 꺼내든 모양새다.

비대위 산하 정책쇄신분과위 권영진 자문위원은 이날 분과회의를 마친 뒤 “공정하고 활력 있는 시장경제와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벌의 탐욕을 억제하고 중소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이날 분과위는 재벌개혁과 관련해 그동안 제시됐던 모든 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본격적인 검토를 시작했다.

미래기획위원회가 지난해 제안했던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부분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정책쇄신분과위의 한 관계자는 “국민이 주주의 권리를 행사하고 국민을 대변하는 정부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는 차원에서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지나치게 경영권 침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한 보완책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폐해 방지 △하도급 제도 전면 혁신 △프랜차이즈 불공정 근절 △덤핑입찰 방지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에 대해선 분과위원 대부분이 “재벌개혁의 상징성은 있을지 몰라도 조화로운 시장을 만들고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데 별 실효성이 없다”며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김종인 정책쇄신분과위원장도 “한나라당이 없앤 제도를 부활시킨다는 것은 자체 모순”이라고 말했다. 다만 2009년 출총제 폐지 이후에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가 타 기업에 자산을 출자하는 비율이 40%를 넘었는지 내부적으로 조사해보기로 했다. 출자비율에 따라 출총제 부활 카드는 여전히 살아 있다.

또 비대위는 박 위원장이 강조해 온 ‘성과공유제’와 동반성장위원회가 주장한 ‘초과이익공유제’ 제도를 모두 검토해 현실에 적합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권 위원은 “앞으로 청년창업 일자리 문제, 비정규직의 고용안정, 대학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 등에 대해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논의하도록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한나라당까지 출총제 보완, 연기금 주주권 실질화 방안 등을 쏟아내며 대기업을 압박하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대기업을 때리면 표가 나온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며 “대기업을 벼랑 끝으로 몰아서는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전경련은 ‘동반성장을 위한 대기업 마음은 일편단심’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대기업의 동반성장 의지가 약하다”는 비판에 조목조목 해명했다. 일감 몰아주기 자제와 성과공유제를 통한 동반성장 방안 같은 각론에는 찬성하지만 이익공유제와 같이 민감한 내용에 한해 반대한다는 게 전경련 측의 설명이다.

이에 비대위의 한 자문위원은 “재벌개혁은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인 추세”라며 “무조건 대기업이라고 규제하는 건 아니고 성장동력을 해치지 않되 기업이 사익을 취하는 부분을 규제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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