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 “막말로 자업자득… 자정의 기회 삼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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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계, “판사도 막말하는데…” 재판당사자 법정소란에 탄식

법관들의 일탈된 언행을 빗대 법정에서 재판 당사자가 재판장에게 항의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법조계에선 사법부의 권위와 신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본보 2011년 12월 30일자 A1면 “판사도 막말하는데…” …

○ 법관은 언행 신중해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공론의 장

판사들은 이번 사건과 비슷한 일이 계속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이번 일은 시작일 뿐”이라며 “모래성처럼 법정의 권위와 신뢰도 순식간에 무너져 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법관은 법복을 벗고 있는 순간에도 언행에 품위를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사건처럼 법관과 법원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버린다”며 “‘법관은 명예를 존중하고 품위를 유지한다’(제2조)는 법관윤리강령도 그래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판사는 “애꿎은 판사들이 피해를 떠안게 됐다”며 “개인이 아닌 판사로서 의견을 낸 것이 되기 때문에 법관 전체와 법원을 생각했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는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 형의 선고가 없이는 파면되지 않는 등 헌법은 사법부 독립을 위해 법관의 독립성을 특별히 보호하고 있다”며 “그런데 최근 일부 법관의 언행을 보면 이들까지 특별히 보호해줄 만한 가치가 있는지 회의가 든다”고 밝혔다. 성 교수는 “SNS 공간은 개인적인 영역이 아니라 사실상 공개된 공론의 장”이라며 “법정 밖이라고 해서 일반인과 똑같은 위치에서 말할 게 아니라 법관다운 언행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왕상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며 “사회적으로 우려하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지만 판사가 이를 감수하고 표현의 자유를 누리겠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 자정 통해 신뢰 바로 세워야


법원 일각에선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이번 문제에 관해 겉으로 의견을 내는 것 자체가 논란을 크게 만드는 것 같아 판사들은 쉬쉬하고 있었지만 내부적으론 우려가 많았다”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우려가 현실이 되니 더는 지켜만 볼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지방법원장 출신인 한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고민이 클 것”이라며 “강제적인 대응이 오히려 SNS에서 논란을 촉발할 수 있어 해법을 찾기가 어려운 문제”라고 귀띔했다.

이번 논란이 자정을 통해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이번 사건으로 판사들의 ‘막말’이 어떤 부작용을 가져오는지 충분한 반성했을 것”이라며 “이미 서기호 판사도 언어 사용을 신중히 하겠다고 밝히는 등 자제하는 움직임을 보여 자연스럽게 논란이 정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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