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 무기도입사업’ 대선에 막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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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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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0월 3개사업 기종 선정… 특혜시비 등 선거쟁점 될수도일각 “다음 정권으로 연기될듯”

내년 대통령선거를 불과 두 달 앞둔 시점에 10조 원이 넘는 대형 무기도입사업의 기종 결정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벌써부터 군 안팎에서 비상한 관심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내년 10월 △스텔스 기능을 갖춘 첨단 전투기 60대를 도입하는 차세대전투기(FX) 3차 사업 △공격헬기 36대를 도입하는 대형공격헬기(AHX) 사업 △신형 대잠헬기 10여 대를 도입하는 해상작전헬기 사업의 기종을 선정할 계획이다.

FX 3차 사업의 예산은 약 8조2900억 원으로 단일 무기도입사업으론 사상 최대 규모다. 여기에 AHX 사업 예산 약 1조8000억 원과 해상작전헬기 사업 예산 약 5500억 원을 합치면 총 10조6400억 원어치의 무기구매 결정이 대선 직전에 이뤄지는 셈이다.

이 3개 사업만 따져도 올해 국방예산(약 31조4000억 원)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다. 내년 초부터 입찰공고를 시작해 3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미국과 유럽, 러시아, 터키 업체들이 출사표를 내고 기종 선정을 둘러싼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내년에 대규모 무기도입 사업 결정이 몰린 주된 원인은 그간 예산 부족으로 연기됐던 무기구매 계획들이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계기로 탄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투기와 공격헬기 같은 주요 대북 억지전력의 노후화가 심각해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전력 공백이 초래될 수 있다는 군 당국의 판단도 작용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무기 도입 일정이 발표되면 입찰 관련 서류작업과 시험평가, 가격협상 등을 거쳐 최종 기종 결정까지 1년 정도가 걸린다”며 “내년 말엔 3개 사업의 기종이 모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권 말기 대선을 코앞에 두고 대규모 무기도입 사업들의 기종 결정이 예정대로 이뤄지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시기에 10조 원이 넘는 무기 도입사업의 기종 선정이 잇달아 이뤄질 경우 특혜 시비와 의혹이 불거지거나 대선 쟁점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야당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듯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내년에 미국산 무기 14조 원어치를 신규로 구입하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미국 방문 때 크게 환대를 받았는데, 미국산 무기의 대량 구매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스텔스급 전투기, 대형공격헬기 등 내년에 신규 구입하기로 한 무기 물량이 현 사업비로 14조 원이 확정됐는데,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에 왜 초대형 무기 구입 사업을 하는지 석연치 않은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군 일각에서도 내심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군 고위 소식통은 “대선 직전에 이처럼 대규모 무기도입사업의 기종을 연이어 결정한 전례가 드물다”며 “통상 수조 원대의 무기도입사업에는 잡음과 구설이 따르는데, 대선을 목전에 두고 군 당국이 기종 결정을 강행할지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16대 대선이 있었던 2002년 전투기 40대를 도입하는 FX 1차 사업 당시 군 당국의 기종 결정 1개월 전에 군사기밀인 ‘후보 기종들의 시험평가 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되는가 하면 시험평가단의 현역 공군장교가 뇌물수수 혐의로 군 검찰에 구속돼 파문이 일었다.

이런 전례 때문에 내년 10월로 예정된 대형 무기도입사업 가운데 일부나 전체 사업의 기종 결정이 대선 이후 다음 정권으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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