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민주화로 고인의 뜻 잇자”… 황장엽 노동당 비서 1주기 추도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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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주기 추도식… 국내외 300명 참석

수잰 숄티 “대북 유화정책, 北주민엔 고통”

고 황장엽 북한 노동당 비서 1주기 추도식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렸다. 추도식에는 추도식준비위원회 명예위원장인 김영삼 전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김수한 전 국회의장, 정원식 전 국무총리 등 국내외 인사 300여 명이 참석했다.

황 전 비서의 수양딸 김숙향 씨는 “아버님은 굶어죽고 피폐한 인민을 학자의 양심으로 두고만 볼 수 없어 친가족까지 외면하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대한민국으로 온 것”이라며 “그분의 뜻을 이어받아 북한 민주화 노력을 경주하는 것만이 진정한 민주공영의 평화통일을 이루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는 추도사에서 “남북관계 경색이 북한 무력도발에서 비롯됐음에도 강력 응징은커녕 여당 대표가 개성공단을 방문하는 등 도발 이전 상태로 돌아가자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황 선생이 살아계셨다면 뼈아픈 경고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북한 주민도 이제 그들의 참혹한 삶이 북한 지도부 때문인 것을 안다”며 “독재자에게 유화정책을 펴는 것은 주민의 고통만 더할 뿐”이라고 말했다.

권영해 전 국가안전기획부 부장은 이날 황 전 비서가 주민등록증을 받은 1997년 8월 9일에서야 “대한민국 국민이 되지 못하면 자결하기 위해 늘 옷깃에 간직했던 것”이라며 독약 캡슐을 건넸던 비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황 전 비서는 1923년 평안남도 강동 출생으로 김일성대 총장, 최고인민회의 의장, 노동당 국제비서 등을 거쳐 1997년 2월 12일 주중 대사관을 통해 한국으로 망명했다. 하지만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한 중국의 반대로 곧장 귀국하지 못하고 필리핀에서 1개월 이상을 머문 뒤 4월 20일 서울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왔다. 이후 북한민주화위원장 등으로 활동했으나 대북관계 악화를 우려한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사실상 핍박을 받았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추도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실상 정당 정치는 위기다. 이런 일은 처음 봤다”며 “한나라당이 중요한 정당이고 지금 잘 해나가야 하는데 너무 잘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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