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충성에 ‘자중지란’ 빠진 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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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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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미적대다가는 정작 선거 지원에 나서도 감동도 없고 당내 갈등만 커질 것 같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결정된 나경원 최고위원의 지원 여부를 놓고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사진)와 친박(친박근혜)계 진영의 행보에 대해 당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27일 나 후보 지원 여부에 대해 “오늘은 이야기하지 말자”고 말했다. 28일 조만간 지원 의사를 밝힐 것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선 “어떤 얘기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친박 측은 “돕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전에 거쳐야 할 단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당의 다른 관계자는 “복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복지 당론 발표 시기를 앞당기는 등 박 전 대표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당이 갖은 노력을 하는 모양새”라며 “비단길이 깔린 뒤 나선다면 국민에게 아무런 감동도 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그동안은 대통령과 친이(친이명박)계가 당의 주인이었지만 이제 당내 유력 대선주자인 박 전 대표가 당의 주인”이라며 “그걸 부인하면 국민에게 ‘책임 회피’로 비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이 자칫 선거에 패배할 경우 부담을 의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친박 진영이 이처럼 보궐선거 지원 여부나 내년 총선과 대선 프로그램을 놓고 우왕좌왕하는 것은 친박 내부의 소통 부재와 상호 불신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박 전 대표 관련 기사를 쓰면 해당 기자들에게 다음 날 친박 의원들의 전화가 걸려오는 횟수가 늘고 있다. 대부분은 기사에 보도된 박 전 대표 관련 언급을 한 의원을 “박근혜 이름을 파는 사람” “친박을 가장한 음해세력” 등이라고 비난하며 발설자를 색출하기 위한 전화다.

친박 의원은 50∼60명 되지만 핵심 의원으로 분류되는 의원은 10∼15명 수준이다.

친박 내부에서는 “명색이 국회의원인데 박 전 대표가 이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도 못하냐”는 불만과 “조율되지 않은 의견을 언론에 밝혀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불만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친박계의 한 관계자는 “친박 의원들이 박 전 대표에 충성하기 위해 서로를 견제하는 데만 혈안일 뿐 정작 전략은 없는 상태에서 상호 불신, 불통만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7월 전당대회 이후 이상득, 이재오 의원으로 대변되던 친이계가 사실상 와해된 상황에서도 친박이 확장되지 않고 있다. 한 중립 의원은 “친박으로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지금 가봤자 친박 핵심에 진입도 못하고 오히려 철새 소리만 들을까 봐 우려하는 의원이 많다”고 말했다.

한 인사는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혼자 국가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며 “박 전 대표와 운명을 같이해야 할 측근 의원들의 희생과 비움, 소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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