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회담 연설문, 방점 달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5일 10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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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방러 중인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일과 북러 정상회담을 한 뒤 저녁에 김정일 일행을 연회에 초대했다.

연회에서는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김정일이 차례로 짧은 연설을 통해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와 의의, 양국 관계 등에 대해 언급했다.

두 정상의 연설 내용을 살펴보면 러시아 측이 상대적으로 북한과의 교류, 협력에 몸이 단 모습을 보인 데 비해 북한은 북러간 전통적 우호관계 복원에 무게를 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조선중앙통신이 25일 오전 전한 북러 두 정상의 연회 연설에서 김정일은 "우리 두 나라 인민은 유유한 두만강의 흐름과 더불어 친선의 역사와 전통을 끊임없이 이어왔다"며 "최근 두 나라 사이의 친선협조 관계가 여러 분야에서 좋게 발전하고 있는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일은 "조러 친선의 역사와 전통을 계속 심화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두 나라 인민의 이익에 전적으로 부합된다. 전통적인 조러 친선협조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하는 등 지속적으로 북러간 전통적 우호관계의 복원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강조했다.

김정일에 비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사업까지 거론하면서 북러간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양국간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두 나라 사이의 협조를 실현하는 것은 두 나라 인민에게 적지 않은 경제적 결실을 포함해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게 될 것"이라며 "나와 김정일은 정치적 대화를 계속하며 실무적인 협조를 전면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데 대해 합의했다"고 말했다.

특히 "교육문화분야에서도 우리에게는 많은 협조의 가능성이 있다"며 평양에서 운영 중인 러시아어센터, 러시아 예술단의 북한 순회공연, 북러 도시간 자매결연 등구체적인 사례까지 열거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하부구조와 동력분야의 거대한 계획을 실현하는 데서 러시아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한민국이 참가하는 협조는 커다란 전망을 가지고있다"며 "이 협조를 실현하는 것이 우리 3개국에 다 같이 유익하다"고 역설했다.

남북러 3국을 관통하는 가스관 및 송전선 연결사업과 북러간 철도 연결을 통한 시베리아횡단철도(TSR)-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사업을 위한 3국간 협조를 다시 한번 강조한 셈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 8·15 광복절 당시 김 위원장에게 보낸 축전에서도 가스관, 철도연결 사업을 언급하며 남북러 3국간 공동사업에 대한 북한의 협조·협력을 당부한 바 있다.

이러한 북러 양국의 정상회담과 실무협의 내용 등을 놓고 볼 때 이번 김정일의 방러에서는 러시아 측이 더 적극성을 보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발표된 정상회담 결과를 보면 6자회담 재개 후 대량살상무기(WMD) 실험 잠정중단 등 핵문제 등에서는 국제사회의 기대에 못미쳤지만 러시아의 경제적 이익이 되는 가스관 연결사업 등 경제협력 사업은 특별위원회 발족 등 구체적인 합의가 도출됐다.

이는 내년 9월로 예정된 블라디보스토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극동지역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려는 러시아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발표하는 언론보도문은 윤색 가능성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며 "하지만 러시아가 그동안 공을 들여온 나진항이 중국에 장기임대된 상황과 극동지역의 개발 등 여러 이유로 북한과 경제협력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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