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 뿌리 약한 것 절감… 필요하면 더 내놓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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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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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 출연 정몽준 前 한나라당 대표 인터뷰

정주영 회장 10주기에 맞춰…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가 16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기부문화 확산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아버지(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10주기를 맞아 ‘아산나눔재단’ 설립에 뜻을 모았다”고 했다. 정 전 대표 뒤로 보이는 사진은 정 전 명예회장의 20대 모습.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정주영 회장 10주기에 맞춰…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가 16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기부문화 확산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아버지(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10주기를 맞아 ‘아산나눔재단’ 설립에 뜻을 모았다”고 했다. 정 전 대표 뒤로 보이는 사진은 정 전 명예회장의 20대 모습.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현대중공업 등 범(汎)현대가 관련사 사장단이 5000억 원 규모의 사회복지재단인 ‘아산나눔재단’ 설립 계획을 발표하던 16일 오전 11시경. 정작 재단 설립을 주도해온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발표 자리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다른 ‘오너’들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그 무렵 정 전 대표는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자신의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 사무실에서 동아일보 기자를 만났다.

인터뷰 내내 그는 이번 재단 설립을 자신의 정치적 행보와 연결하는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면서 “이번 재단 설립이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한 하나의 운동으로 발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가족에게 사재 출연을 권유하면서 우리 사회에 아직 기부 문화가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털어놨다. 또 “여유분을 보면서 필요하면 추가 출연할 수도 있다”면서도 “직접 구체적인 사업까지 관여하진 않겠다”며 재단과 거리를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공생발전을 강조한 당일에 공교롭게도 재단 설립 계획이 알려졌다. 대통령과 사전 교감이 있었나.

“상의 같은 것은 없었다. 영국 폭동 등 전 세계가 예전에 없던 문제로 고생하지 않나. 양극화 해소 등은 기본적으론 정부가 할 일이지만 정부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주식 출연이 (정 전 대표가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에 어떤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 것이냐가 문제다. 시장, 임직원, 주주들의 평가가 중요한데 (평가가) 좋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른 대선주자 진영에선 이번 재단 설립에 대한 경계심도 있는 듯하다.

“정치는 봉사다. 봉사하는 사람들끼리 싸우는 것은 모순이다. 슈바이처와 나이팅게일이 서로 비난한다면 말이 되겠느냐. 정치인의 경쟁자는 다른 정치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대선 행보와 아무 관계가 없다는 얘기인가.

“오늘 일부러 넥타이를 안 매고 왔다. 날씨가 더운 것도 있지만 나는 학생들에게 강연할 때마다 내 직업을 ‘정치노무자’라고 한다. 아버지(정주영 전 명예회장)는 스스로를 ‘부유한 노동자’라고 했다. 정치는 정치노무자들이 모인 곳이다. 정치기계, 폴리티컬 머시너리(Political Machinary)가 되면 안 된다. 정치가 인생의 전부가 돼선 안 된다. 모든 걸 정치를 위해 한다면 지나치다.”

―이명박 정부의 기업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결과적으로 일관성을 상실하고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을 준 것은 잘못이다. 기업이 투자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비즈니스프렌들리’라는 용어도 잘못됐다. ‘마켓프렌들리(시장친화적)’라고 했어야 한다. 시장은 국민 모두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 이 정부에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이 많아서 시장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요즘 ‘강남 좌파’란 말이 유행한다.

“누구나 ‘낭만적 사회주의자’가 될 수 있지 않나. 강남 좌파든 강북 우파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다만 우리나라 좌파는 친북좌파라 문제다. 현대사 공부를 제대로 안 하고 자기도취에 빠져서 하는 좌파는 문제다. 시장경제는 장사꾼이 큰 부자가 되는 걸 허용하는 체제고, 사회주의는 그걸 막는 체제다. 큰 부자가 있어서 사회 전체가 좋아진다는 신념이 있는 것이 시장경제다.”

―정치인으로서 돈이 너무 많은 것이 약점 아닌가.

“서민을 이용하는 정치인이 있고, 서민을 중산층으로 만드는 정치인이 있다. 내 재산을 단순히 ‘돈’으로만 보긴 어렵다. 현대중공업이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울산의 많은 서민들이 중산층이 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대선에 나온다면 현대중공업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필요는 없는지….

“현대중공업은 매출의 90% 이상이 수출이다. 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런 회사에 특혜를 줄 수 있겠는가. 오히려 손해를 안 보면 다행이다.(웃음) 앞으로 (현대중공업과의 관계 문제를) 연구하겠다.”

―내년 총선에서 현 지역구(서울 동작을)에 출마할 것인가.

“당에서 시키는 대로 하겠다. 나보다 경쟁력이 좋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출마해야 한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 한나라당이 무엇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프로축구팀 감독도 시즌이 끝나면 새로운 선수 영입을 고민한다. 4년마다 하는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똑같은 사람이 다시 출마하면 그 사람 자체라도 변해야 한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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