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식량지원 요구 고려… 라면 등 50억어치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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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생필품-의약품은 제외

정부는 대북 수해 지원을 위해 초코파이 라면 등 50억 원어치의 물품을 북한에 전달하겠다고 10일 밝혔다. 북한이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것인 데다 당초 지원 품목으로 밝혔던 생필품과 의약품 대신 식품류로 바꾸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대한적십자사(한적)는 10일 유종하 한적 총재 명의로 수해 지원 물자를 전달하겠다는 내용의 대북 통지문을 보냈다. 지원 품목은 △초코파이 192만 개 △라면 160만 개 △영유아용 영양식 140만 개 △영유아용 과자 30만 개 등이다. 이 물품은 경의선과 동해선 육로를 통해 전달할 예정이다. 전달 시기는 3∼4주의 준비기간을 고려해 별도로 통보하기로 했다.

이날 한적이 발표한 지원 품목은 당초 밝혔던 생필품과 의약품이 모두 빠지고 대부분 식품으로 채워졌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식량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던 것을 고려해 품목을 구성했다”며 “초코파이는 긴급구호 식량이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북한은 3일 한적의 대북 수해 지원 통지문을 받은 다음 날 “지난 시기처럼 통 크게 지원해 달라”며 식량과 시멘트, 장비 등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한적이 같은 날 다시 전통문을 보내 생필품과 의약품에 한정된 대북 지원 의사를 전달한 이후 북한은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 당초 지원하기로 한 생필품-의약품 빼고 라면-초코파이로 바꿔… ▼
北 수용 미지수


이 당국자는 북한이 수해 지원 제의에 묵묵부답인 상황에서 물자를 올려 보내기로 한 것에 대해 “우리가 지원 의사를 표명한 지 벌써 열흘 가까이 돼 가는 상황에서 이렇게 어정쩡한 시간이 계속되는 것보다는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를 명시적으로 거부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정부는 재난이 발생한 직후 긴급구호로 들어가야 하는 물자의 전달 시기를 놓칠 경우 지원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사회가 잇달아 대북 수해 지원을 했거나 검토하는 시점에서 한국만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십자연맹(IFRC)은 최근 북한의 수해 복구를 위해 59만 달러 규모의 재난구호 긴급기금을 조성해 집행에 들어간 상태다.

지원 품목 수정은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있는 쌀과 밀가루, 시멘트 등은 배제한다는 원칙 아래 대체용 식품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요구하는 식량 중 민감한 품목을 빼고 나면 그나마 줄 수 있는 게 개성공단 간식으로 북한에서 인기가 높은 초코파이와 라면 정도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수해 지원의 성격에 맞지 않고 긴급구호의 효과도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북지원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한 지원 품목은 일반적인 긴급구호 품목과는 많이 다르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보통 긴급구호식량에 열량이 높은 과자류가 포함되긴 하지만 이는 즉석밥 같은 주식의 보조식품으로 같은 상자에 담겨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지금까지 발표해 놓은 원칙에 스스로 발목이 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간단체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기아대책재단법인섬김은 10일 임진각을 통해 개성 육로로 밀가루 200t을 북한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이 밀가루는 수해를 입은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시 어린이들에게 전달됐다. 이번 지원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선으로 이들 단체와 굿네이버스, 국제구호단체 JTS 등이 협력해 이뤄졌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300t, 이달 2일 300t을 지원했으며 다음 달까지 모두 2500t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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