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앞두고 지역구 포기-물갈이론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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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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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도 野도 판 뒤집기…“텃밭 버려야 산다” 적지 출격까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여야의 ‘인적 쇄신’ 경쟁이 시작되는 양상이다. 수도권 3선인 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 호남 3선인 민주당 김효석 의원의 수도권 출마 선언이 장차 여야 ‘공천 물갈이’론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지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대대적 물갈이론 번질까


한나라당은 원 최고위원과 유승민 최고위원이 물갈이론의 군불을 때고 있다. 원 최고위원은 10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당이 내년 총선 때 새로운 인물들을 영입해야 선거를 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올가을부터 현역들의 불출마 선언이 도미노처럼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유 최고위원은 7·4전당대회 기간 내내 “현역 의원을 대부분 다시 공천해선 박근혜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가 모두 뛰어다녀도 총선을 못 치를 것”이라며 물갈이 필요성을 제기했다.

상당수 한나라당 의원이 내년 총선 판세와 관련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당내엔 17대 총선 당시 3선 이상 의원 16명을 포함해 27명의 현역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逆風)을 뚫고 121석을 건져낸 일을 심심찮게 화제에 올리는 이들이 많다.

민주당은 인적 쇄신 문제에 훨씬 더 적극적인 모습이다. 호남 물갈이론은 선거 때마다 등장한 단골 메뉴지만 내년 총선이 대선의 전초전 격이란 점에서 이번엔 훨씬 고강도의 쇄신책을 내놔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장선 사무총장은 10일 김 의원의 수도권 출마 선언에 대해 개별 성명을 내고 “김 의원이 헌신적 역할을 통해 새로운 인재들이 들어올 수 있는 길을 터줬다”며 “앞으로도 이런 흐름이 당내에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도 전날 밤 김 의원의 결심을 듣고 “새로운 변화를 위해 물꼬를 터줘 고맙다”고 했다는 후문이다. 모두 호남 중진들에 대한 우회적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들이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과거 김영삼(YS)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직접 ‘새 피 수혈’ 방식을 썼지만 그런 ‘제왕적’ 영향력을 가진 실력자가 없는 상황에서 중진들의 자발적인 불출마를 통한 신진 인사 영입이 필요하다”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영호남 중진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영남과 호남에 지역구를 둔 한나라당(전체 62명)과 민주당(29명)의 3선 이상 의원은 각각 19명, 10명이다.

○ 저항도 만만치 않을 듯


그러나 반발과 저항의 강도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국회의장을 지낸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은 19대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힌 뒤 비판이 나오자 보도자료를 내고 “국회의장을 지냈다고 무조건적으로 열외시키려는 것은 맹목적 사고”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자 영남 6선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지역구민이 (나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국회를 새로운 인물들로 새롭게 구성하는 게 물갈이지, 똑같은 인물들이 자리(지역구)만 옮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호남 3선인 이강래 의원은 “중진이라는 이유로 물갈이 대상에 올리거나 수도권 차출을 운운해선 안 된다”며 “지역구를 중앙당의 바둑돌처럼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김효석 의원의 수도권 출마로 ‘직격탄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는 건 대단한 용기이자 결단이지만 과연 해당 지역 유권자들이 마냥 반기기만 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천 물갈이론에 비판적인 의원들은 원 최고위원과 김 의원 등의 선택에 대해 개인적 계산을 대의(大義)로 포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하고 있다. 원 최고위원은 총선 불출마 뒤 서울시장에 두 번이나 당선되고 대선주자로까지 부상한 ‘오세훈(서울시장) 효과’를 염두에 뒀으며 김 의원은 18대 총선 당시 선거구 조정으로 고향(장성)이 다른 지역구로 떨어져 나가면서 선거구 변경을 검토해 왔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대한 수도권 여론이 보다 호의적으로 바뀌면서 ‘정치적 결단을 가장한 지역구 옮기기’는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총선과 대선이 연이어 치러지는 특수한 상황에서 대대적인 공천 쇄신은 당력을 약화시키는 것이어서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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