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쉽습니다/취임 1년 민선5기 광역단체장 릴레이 인터뷰]<4>오세훈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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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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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독재와 맞서다 갈등빚어… 새정치 위한 투자로 봐줬으면”

27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만난 오세훈 시장.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7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만난 오세훈 시장.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오세훈 서울시장(50)은 27일 동아일보와 가진 민선 5기 1주년 인터뷰에서 전면 무상급식 실시 여부를 놓고 시작된 서울시의회와의 갈등을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시의회는 이후 양화대교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서울시 주요 사업 예산을 전액 또는 대폭 삭감해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오 시장은 “절대 다수를 차지한 의회가 ‘칼’을 휘두르는 만큼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나도 ‘끌려만 다닐 수 없다’며 강하게 맞서왔는데 모두 새로운 정치지형을 만들기 위한 투자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올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시의회가 지역공약 사업 추진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올해 편성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와 함께 감사원이 서울시의 세빛둥둥섬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한 감사 결과 발표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시의회와의 갈등은 오 시장의 정치력 부족인가 아니면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독선인가.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다. 이제 거의 막바지에 왔다. 길게 볼 때 시의회와는 4년을 함께 가야 한다. 한 번은 이런 기간을 겪으며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제도적으로 시의회를 해산할 수 있는 방법도 없는 것 아닌가. 다수 의석을 차지한 쪽이 던진 ‘칼자루는 우리에게 있으니 저항하지 말고 따라오라’는 메시지에 굴복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하는 중이다. 결론은 두 달 뒤(주민투표를 의미)에 나오게 될 것이다.”

―시행 중인 사안을 주민투표까지 해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다.

“시의회 의석의 4분의 3을 차지한 민주당이 조례로 결정하면 시장이 재의를 요구해봐야 시의회가 다시 의결하면 그대로 시행되어야 하는 현행 구조에서는 어쩔 수 없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모든 시 정책을 시의회가 결정하고 시의회 뜻대로만 집행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의회독재를 묵인하게 된다.”

―6개월 만에 시의회에 출석해 시정 질문에서 다소 격앙되기도 했는데….

“각오를 단단히 하고 들어갔다. 할 말은 하되 ‘쿨’하게 하겠다고 생각했지만 답변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았을 때는 감정적으로 격앙되기도 했다. 결국 나의 수양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무상급식과 연결해 복지 논란이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데….

“이른바 무상, 반값 등 과잉복지 시리즈가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필요한 리더십은 여론의 중심을 잡고 이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복지가 필요하지만 어떠한 복지가 필요한지 방향을 제시하며 여론을 이끄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세금을 들여 부자에게도 퍼주겠다는데 ‘보편적 복지’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이건 분명히 ‘부자복지’, ‘세금복지’라고 불러야 한다. 나는 서민복지를 추구할 뿐이다.”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반대하는 의원은 소수 아닌가. 처음에는 이목을 끌기 위해서였는지 ‘퍼주기식’ 복지 주장에 동조하는 분이 있는 것 같더니 최근에는 상당히 정리된 것 같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온 것처럼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국민 의견이 많다는 분위기를 읽은 것 같다. 무상 내지는 과잉복지에 대해 민주당을 흉내 내는 수준으로는 절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이길 수 없다. 그 프레임 자체를 깨야 한다. 주민투표는 이 프레임을 깨는 엄청난 작업이다.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전면 무상급식을 찬성한다는 투표 결과가 나온다면….

“그렇다면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나.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 그렇다고 해서 복지에 관한 평소 철학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저소득층 복지와 부자 복지, 서민 무상급식과 부자 무상급식으로 정의하는 것처럼….”

―민선 5기 1년이 지났지만 눈에 띄는 정책이나 사업이 별로 없다는 지적도 있다.

“불분명한 평가를 기정사실화하는 질문의 전제에 동의할 수 없다. 언제든 전화하면 시정의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불편사안을 접수하는 다산콜센터가 대다수 시민의 환호를 받고 있다. 그 어렵다는 청렴도 1위도 지속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청계천 복원보다 위대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평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온 가치가 있다면….

“사안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원칙을 중시하는 해법을 제시하면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는 게 소신이다. 원칙대로 하면 당장은 버겁고 신경 쓸 일이 많겠지만 반드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세빛둥둥섬 등에 대한 감사원 지적도 원칙에 따른 것인 만큼 문제없는 것 아닌가.

“행정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예를 들면 미래를 만들어가는 행정과 규제 행정이 있다. 감사원에서 이 사업 자체가 필요 없으니 중단하라고 지적하지 않고 경제성을 보완하라고 했다. 서울시는 미래를 보고 사업을 추진했다. 공무원이 복지부동하면 그만인데도 발 벗고 뛰어서 이뤄놓은 사업이다. 아무도 나서지 않으려니까 초기에는 지금과 다른 조건을 줄 수밖에 없는데도 그런 부분을 외면하고 지금 잣대로만 평가하려니 아쉽다. 그런 기준에 맞추다 보면 공무원의 복지부동만 가져올 뿐이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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