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당직자회의 도청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민주 “회의록 만들기전 발언 유출… 도청 분명”
한나라 “내부고발자 보호 위해 입수경위 못밝혀”

민주당이 KBS 수신료 인상안의 국회 처리 문제를 논의한 ‘대표실 회의’가 도청됐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된 여야 공방이 26일 결국 경찰 수사로 넘겨졌다. 한나라당이 입수했다는 ‘발언록’을 둘러싼 여야의 전혀 다른 주장은 오히려 미스터리만 깊게 만들고 있다.

○ “도청 않고서야 100% 같을 수 있나”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한선교 의원이 24일 오전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발언 녹취록”이라며 꺼내들고 읽은 내용은 전날 민주당 최고위원-문방위원 연석회의에서 나온 발언과 그대로 일치한다는 게 민주당 측 주장이다. 비공개로 진행된 당시 회의를 누군가 도청했고 녹취록을 건넨 게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은 한 의원이 해당 문건을 공개한 시점인 24일 오전까지 회의록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회의록은 24일 저녁에야 완성됐고 민주당이 도청 주장을 제기한 당일 오후 6시경까지도 한 의원이 공개한 참석자 발언이 포함된 회의록 후반부는 작성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한 의원이 거론한 참석자(천정배 최고위원)를 비롯한 연석회의 참석자들로부터 “당시 회의 발언과 토씨까지 똑같은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은 뒤 도청 의혹을 제기했다. 회의록이 완성된 뒤 한 의원이 밝힌 발언과 비교해보니 거의 100% 일치했다는 것이다.

반면 논란의 당사자인 한 의원은 “민주당에서 유출된 것”이라고만 밝히고 해당 문건의 입수 경위에 대해선 ‘내부고발자’ 보호를 위해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한 의원은 당초엔 ‘발언 녹취록’이라고 했지만 이젠 ‘발언록’이라고만 부르고 있다.

어쨌든 민주당이 26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이 문제는 법적인 결정에 맡겨지게 됐다. 민주당은 수사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자체 작성한 회의록을 제공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한 의원이 입수한 문건과 비교될 가능성도 있다.

○ ‘한선교 문건’ 도대체 어떻기에….

동아일보는 한 의원이 문방위에서 공개한 문건을 입수했다. A4용지 7쪽짜리 ‘민주당 연석회의 발언록’이라는 제목의 이 문건에는 23일 민주당 비공개회의 내용이 거의 녹음파일을 풀어놓은 수준으로 기록돼 있었다.

“이건 민주당이 어떤 길 갈 건지 기로에 선 거다. 수신료 문제에 한나라당에 타협적 또는 협조적 자세를 보내는 순간 한(나라)당 2중대로 낙인 피할 수 없다. 전세대란, 물가대란, 수신료 대란 방관한 수권 정당 자격 없는 정당으로 낙인 찍혀 (버릴 것이다).”(A 최고위원)

“방송법 개정문제. 근본적으로 KBS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건 의미 있다 생각하는데, 당장 수신료 인상과 함께 동시 처리 안 하면 휴지조각 된다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막는다. 대신 선방하면 베스트고 실패하면 할 수 없다.”(B 최고위원)

문건에는 이처럼 존칭과 토씨만 생략됐을 뿐 구어체로 회의 내용이 꼼꼼하게 기록돼 있었다. 누군가 회의 내용을 그대로 녹취해 풀어 썼거나 최소한 회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메모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수준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측이 ‘민주당에서 유출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자체 녹음한 파일이 유출될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회의에 배석해 녹음한 민주당 실무자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녹음파일을 컴퓨터에 옮기지 않은 상태에서 녹음기를 경찰의 경비가 삼엄한 당사 캐비닛에 보관했기 때문에 녹음파일이 유출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