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남북관계에 미칠 영향’ 엇갈린 전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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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사찰단 상주 등 비핵화조치 낼수도”
“역대 방중사례 보면 中 영향력 크지 않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한국이 북핵 6자회담에 앞서 비핵화를 위한 남북회담에 북한이 호응할 것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현재의 교착 상황을 타개할 극적인 복안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극적인 제안 뒤 전방위 대화 공세?

일부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에서 비핵화를 논의하는 남북회담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당국자는 “한국과 중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남북 비핵화 회담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기 때문에 중국이 김 위원장에게 남북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 비핵화 프로세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상황 타개를 위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상주 허용과 같은 진전된 제안을 내놓음으로써 본격적인 대화 공세를 펼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 관련 조치를 (선물로) 내주고 원조와 경제협력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중국에 간 것인 만큼 대화에 나서겠다는 단순한 제스처가 아닌 실제적인 조치를 약속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에 노력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남북 비핵화 회담뿐만 아니라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십자회담, 금강산·개성관광회담 등 전방위적 대남 평화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방중 파급력 제한적일 수도

반면 북한이 경제적 실리와 원조만 챙기려 할 뿐 실제 대화에 나설 의지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5월과 8월 김 위원장이 잇달아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면담했지만 북한은 11월 UEP 시설 공개와 연평도 포격 도발을 일으키며 한반도에 극도의 긴장을 조성해 왔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해 두 차례나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지만 6자회담이나 남북관계, 비핵화 프로세스에 미치는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북한이 남북대화에 나서더라도 회담을 협상의 장이 아니라 자신들의 일방적 주장을 밝히는 계기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비핵화 회담에서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 한중 관계에도 미묘한 파장?

지난해 5월 김 위원장의 방중은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지 2개월도 안 된 시점에 이뤄졌다. 당시 한국 정부는 중국 측에 “민감한 시점에 김 위원장의 방중을 허용했다”며 외교 경로를 통해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도 한중 관계에 미묘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날 오후에야 뒤늦게 중국을 방문한 인물이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아닌 김 위원장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것도 자칫 양국 간 갈등의 골을 깊게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번 방중은 북한이 남북 비핵화 회담에 호응해 오기를 한국이 기다리는 시기에 이뤄졌고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중국이 긍정적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는 만큼 긍정적 결과가 나올 경우 한중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한중이 합의한 프로세스에 북한이 호응할 수 있게 역할을 해줄 것을 중국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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