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大앞둔 한나라 ‘경선룰 샅바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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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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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등 설문 거쳐 30일 결정

한나라당 내 각 세력이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경선 룰을 놓고 샅바싸움에 들어갔다. 새로 선출될 지도부가 당의 쇄신을 주도하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책임지고 치른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경선 룰을 둘러싼 물밑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전대 경선 룰 선정을 위한 향후 일정을 확정했다. 이번 주까지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뒤 25일 의원총회와 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거쳐 30일 최종 의결하는 스케줄이다.

하지만 첨예한 쟁점이 많아 최종 의결까지의 과정이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먼저 당권을 잃은 친이재오계를 중심으로 대권과 당권 분리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당헌에 따르면 대선에 나서려는 선출직 당직자는 대선 1년 6개월 전에 사퇴해야 한다. 대선 후보군은 7·4전대에 나설 수 없는 것이다.

전대에서 ‘키 플레이어들’이 모두 빠지면 흥행에 성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의화 비대위원장과 정몽준 전 대표 등도 대권-당권 분리 규정 폐지에 적극적이다. 반면 친박(친박근혜)계는 거부감이 크다. 박근혜 전 대표도 전대에 직접 뛰어들라는 의미여서 자칫 대선 일정이 어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황우여 원내대표 등 신주류 측도 친박계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대표최고위원과 최고위원 선거를 분리하자는 주장도 중요 쟁점이다. 이 주장은 신주류 측에서 나온다. 현재의 집단지도체제를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바꾸자는 것으로 대표의 힘이 세질 수밖에 없다.

이는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당청관계의 주도권을 당이 틀어쥐기 위해선 ‘강한 대표’가 필요하다는 당내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또 안상수 전 대표가 리더십 부재로 휘청거렸던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하다.

정 비대위원장이 16일 회의에서 “비대위의 모든 역량을 모아 강하고 신뢰받을 수 있는 지도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편으론 소장파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젊은 대표론’을 겨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 원내대표는 이날 “젊은 지도자는 필요하지만 연령이나 선수로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젊음의 강점은 패기와 열정인데 이런 걸 갖추면 된다”고 말했다.

신주류 측이 ‘대표-최고위원 선거 분리’보다 더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전(全) 당원 투표제다. 현행 방식대로라면 당원협의회당 20∼30명의 대의원이 전대에서 투표권을 갖는다. 당협위원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수 있는 구조다. 이런 방식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줄 세우기’ 풍토가 사라질 수 없다는 게 신주류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전 당원 투표제의 실현 가능성은 낮다. 당원 명부도 정확하지 않은 데다 선거비용도 고민거리다. 당협별로 당원 수의 편차가 큰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대 규정은 당내 세력들의 셈법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절충이 쉽지 않다. 이날 비대위가 최종 의결 시 만장일치로 합의되지 않으면 재적 과반수 의결로 전대 룰을 확정하기로 한 것도 조율이 쉽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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