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분산案’ 파문]3조5000억 국책사업… 세종시 홍역 이어 ‘쪼개기’ 제2 격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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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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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 KAIST(대전)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GIST(광주과학기술원)
분산배치 유력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조성 사업은 한국 기초과학기술의 진흥을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3조5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과학기술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정부가 기초과학연구원을 대전, 대구, 광주 세 곳으로 나눠 배치하고 중이온가속기는 별도로 분리해 기초과학연구원 본부(헤드쿼터)와 함께 대전·충남지역에 배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면서 향후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 과학계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 2005년 처음 아이디어 나와

현재 정치권 등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과학벨트의 모체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였던 민동필 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이 세계 일류 과학자들이 모여 과학, 예술, 인문학 등을 자유롭게 토론하고 연구하는 공간인 ‘랑콩트르(Rencontre·만남)’를 처음 제안했다. 이 구상은 이듬해 당시 대선주자였던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은하수 프로젝트’로 보고 되면서 2007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라는 이름으로 한나라당의 과학기술 분야 대표 공약이 됐다.

하지만 과학벨트 조성사업은 이후에도 여러 번 암초를 만났다. 2009년 1월 과학벨트 종합계획이 확정된 뒤 그해 2월 국회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제출됐지만 미디어법 통과, 세종시 수정안 등 정치권의 굵직한 이슈에 발목이 잡혀 2년여 만인 지난해 12월에야 법안이 통과됐다. 그동안 과학계에서는 기초과학을 제대로 연구하겠다는 과학계의 오랜 염원을 이룰 수 있는 과학벨트 조성사업이 지지부진해 적잖이 속을 끓였다.

○ 노벨상 안겨줄 중이온가속기

과학자들이 과학벨트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 연구를 진행한다는 목표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과학벨트의 기초 연구 전반을 관장할 기초과학연구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 연구와 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곳으로 과학벨트의 ‘몸통’에 해당한다. 기초과학연구원은 국내외 석학으로 구성된 연구단 50개를 꾸려 자유롭게 기초연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 없는 중이온가속기(KoRIA)는 과학벨트의 대형 핵심 연구시설이다. 2월 개념설계를 마치고 형태를 공개한 중이온가속기는 지름 10m의 원형가속기(사이클로트론)와 길이 200m의 선형가속기를 결합한 형태로 원형가속기에서 가속된 중이온을 선형가속기에서 한 차례 더 가속해 희귀한 동위원소를 만들어 낸다. 이런 가속 방식은 세계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으로 중이온가속기 개념설계에 참여한 산학연 과학자 200여 명은 중이온가속기가 한국에 첫 노벨상을 안겨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중이온가속기에는 4600억 원이 투입된다.

○ 6월 초 입지 선정한 뒤 연내 마무리

교육과학기술부는 7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6층 중회의실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과학벨트위원회) 첫 회의를 개최한다. 과학벨트위원회는 이주호 교과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관계부처 차관 6명과 민간 전문가 13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되며 과학벨트 조성사업에 관한 제반 사항을 심의 결정하는 최고 의결 기구다.

이 가운데 과학벨트의 향후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은 민간위원이다. 민간위원들을 중심으로 과학벨트위원회 산하에 ‘입지평가위원회’와 ‘기초과학연구원위원회’가 꾸려지기 때문이다. 향후 이들 분과위원회가 기초과학연구원의 입지를 비롯한 과학벨트 입지와 기초과학연구원의 설립, 운영 방안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한다.

교과부 관계자는 “민간위원은 우리나라 과학기술계를 대표하는 기관의 수장들로 구성했다”며 “물리, 화학, 생명, 재료, 환경, 도시개발 등 민간위원의 전공도 다양하게 구성하고 과학벨트 입지 선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위원의 지역별 균형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과학벨트위원회는 6월 초 과학벨트 입지를 확정한 뒤 올해 안에 사업의 전반적인 사항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김황식 국무총리는 6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답변에서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보상으로 과학벨트를 활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국책사업이 좌절됐으니 (과학벨트를) 보상 차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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