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1년]사건 해역 찾은 유족 3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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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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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보낸 아들 생각에 아직도 목메어… 어머니는 밥상에 김치와 밥만 올려놔”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전사한 장병의 유가족들이 19일 백령도 사건 해역을 찾아 선상에서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왼쪽부터 고 정범구 병장의 이모부 송민석 씨, 고 최정환 상사의 매형인 이정국 천안함 46용사 유족협의회 자문위원, 고 민평기 상사의 큰형 민광기 씨. 백령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전사한 장병의 유가족들이 19일 백령도 사건 해역을 찾아 선상에서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왼쪽부터 고 정범구 병장의 이모부 송민석 씨, 고 최정환 상사의 매형인 이정국 천안함 46용사 유족협의회 자문위원, 고 민평기 상사의 큰형 민광기 씨. 백령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동생의 부조 상을 차마 만질 수가 없었습니다.”

1년 전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동생 민평기 상사를 잃은 형 민광기 씨(41)는 18일 다시 찾은 백령도 위령탑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탑에는 정겨운 동생의 모습이 새겨져 있었지만 그는 끝내 부조 상을 어루만지지 못했다. 민 씨는 “차가운 부조를 만지면 당시 바다에서 건진 동생의 싸늘하게 시신을 만지던 느낌이 떠오를까 봐 두려웠다”며 끝내 눈물을 떨어뜨렸다.

이날 백령도를 찾은 천안함 유가족들은 “아직도 시간이 1년 전 그때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또다시 우리 땅과 바다에 젊은 피가 뿌려지지 않도록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재평가와 재발 방지 작업이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가족들에게 지난 1년은 정겨운 아들과 동생이 떠난 빈자리를 확인하는 아픈 시간이었다고 한다. 대부분 유가족들은 이들의 흔적이 사라지는 것이 두려워 휴대전화 번호도 바꾸지 못했다고 전했다.

19일 오전 인천 옹진군 백령도 장촌포구에서 서북쪽으로 약 6km 떨어진 사고 해역을 찾은 고 최정환 상사의 매형 이정국 천안함46용사유족협의회 자문위원(40)은 “정환이가 숨진 뒤 아내가 정환이 옷을 갖고 왔는데 옷을 걸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며 “견딜 수가 없어 무작정 차를 몰고 나와 멍하니 지나가는 차들을 바라볼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고 정범구 병장의 이모부 송민석 씨(48)는 “범구 어머니는 아직도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밥상에 김치와 밥만 올려놓고 먹으며 지낼 정도”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46용사의 희생이 헛되이 사라지지 않고 통일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원했다. 민광기 씨는 “아버지가 동생 이름을 지을 때 ‘평평할 평(平)’에 ‘터 기(基)’를 쓴 것은 ‘평화 통일의 기틀이 되라’는 의미였다”며 “동생의 희생이 앞으로 남북통일의 기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군은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씨(68)가 기탁한 1억800만여 원의 성금으로 K6 기관총에 ‘3·26 기관총’이란 글씨를 새겨 2함대 초계함에 장착하기로 했다.

이정국 씨는 “그동안 (아들과 형, 동생이) 희생된 대한민국 군인 가족이 수없이 많겠지만 유독 우리에게 큰 성원을 보내준 국민에게 존경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며 “46용사에게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보내 준 국민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민석 씨는 “(오늘 방문은) 살아 있는 우리보다 희생된 천안함 46용사를 기억하고 이들의 희생 의미를 곱씹어 보기 위한 것”이라며 “어제의 아픔을 가슴에 새겨 이 땅에서 이런 불행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는다면 용사들의 희생도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령도=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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